"비트코인 오른다고 좋아하지 마"…투자자들에게 '거품 경고장' 날렸다

'5가지 신호'에 주목
오픈도어 등 묻지마 투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급등
특정 기술주 넘어 상승 확산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시장 거품'의 징후는 무엇일까. 최근 뉴욕증시에서 S&P500과 나스닥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시장 과열 조짐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투기성 종목의 급등을 비롯해 시장에 거품이 낀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주요 신호를 짚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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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신호는 투기성 강한 주식의 급등이다. 미국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는 침체한 미 주택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무려 377%나 급등했다. 이달 초 1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주가는 2.54달러까지 치솟았다. 실적 부진과 잦은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어려움을 겪던 콜스 역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고프로, 크리스피 크림 등 다소 생소한 종목들도 일주일 사이 눈에 띄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지난 4월 관세 충격 이후 시장의 낙관적 반등 국면에서 나타난 '과도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중·소형주, 밈(meme)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거품(bubble)'으로 간주하는 대표적 징후다. WSJ는 수익성 없는 기업들이 '묻지마 급등'을 이어가는 양상이 2021년 게임스톱(GameStop)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 실제 러셀3000지수 구성종목 중 4월 이후 주가가 3배 이상 뛴 33개 기업 중 27개가 적자 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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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의 급등도 과열 신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親)가상자산 정책과 함께 일부 상장사들이 비트코인을 대거 매입하며 자사 주식을 일종의 비트코인 레버리지 상품처럼 활용하고 있다. 60여개 기업이 이런 전략을 택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실적이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비트코인 보유량만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하려고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이런 투자 흐름이 퍼질 경우 비트코인 급락→해당 기업 주가 급락→시장 전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 신호는 시장 상승이 특정 대형 기술주를 넘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 변동성이 줄어든 가운데 상승세는 금융, 산업, 커뮤니케이션 등 전통 업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KBW 나스닥 은행지수는 한 달 사이 7% 이상 상승했고 GE 버노바, 트레이드 데스크 등도 20% 이상 올랐다. S&P500 종목 중 5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종목 비율이 작년 가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이 일부 대형주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인 강세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네 번째 신호는 밸류에이션의 과도함이다. S&P500의 예상 수익률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간의 격차를 의미하는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이 제로(0)에 가까워졌다. 이는 주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이 거의 사라졌다는 뜻으로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마지막 징후는 경제 펀더멘털과의 괴리다. 미국 경제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였고, 민간 부문 고용 증가율은 최근 8개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솔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캘리 콕스 수석 전략가는 "고용 시장이 확실히 약화하고 있는 시점에 이처럼 시장이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흥미롭다"며 "고용이 둔화하기 시작하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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