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 등을 위해 영국에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풍력 발전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풍력 발전기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자신이 소유한 턴베리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며 "(거기서) 지평선을 바라보면 18번 홀 끝에 풍력 발전기 9개가 보인다. 이건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 아니냐"며 발언을 쏘아댔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의 어떤 곳은 지난 20년간 고래 1∼2마리가 해안에 떠밀려온 적이 있고, 최근에는 단기간에 18마리가 떠밀려 왔다"며 "(풍력 발전기가) 고래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풍력 발전기가 절대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 발전기가 고래를 죽인다는 말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이에 풍차를 향해 돌진했던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풍력 발전기는 새도 죽이고, 소음도 낸다"며 "그 모든 것(풍력 발전)은 사기극이고, 그건 너무 비싸다"며 "내가 유럽에 말하는 것은 이거다. 우리는 미국에 풍력 발전기를 세우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무역 협상을 위해 턴베리의 골프 리조트로 급히 달려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풍력 발전기의 폐해에 대해 격렬하게 비난하는 것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옆에 앉혀두고 이스라엘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미국의 기여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더 많은 식량의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2주 전 가자지구 식량을 위해 6000만달러(약 828억원)를 줬다"며 "적어도 누군가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 정말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식량을 훔쳐 가고 있다. 이란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스코틀랜드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도 "(유럽이) 풍력 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늘에서 보니 풍차들이 온 천지에 다 있다. 아름다운 평지와 계곡들을 망치고 새들을 죽이고 있다. 바다에선 바다도 망친다"고 했다.
풍력 발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만남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머 총리가 속한 노동당은 오는 2030년까지 영국의 육상 풍력 발전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민간 부문과 협력하겠다는 공약을 내 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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