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영풍 사장 “오염 확인 건물, 멸실시켜서라도 끝까지 정화”

지하수 유출 막기 위해 차단막 설치 등 총력
2022년 이후 중금속 검출한계치 미만 나와
제련소 주변 대기질, 환경부 실시간 모니터링

"오염이 확인되는 구역은 건물을 멸실시켜서라도 끝까지 정화하겠습니다."

지난 25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난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은 두 달여간의 조업정지 기간 환경과 공존하는 체질 개선에 나섰다며 자신감에 찬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공장과 조직을 돌아보는 기회였다"며 "가동은 멈췄지만, 옛날식 표현으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며 제련소를 정비했다"고 했다.

지난 25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난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이 두달여간의 조업정지 이후 석포제련소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성아 기자

지난 25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난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이 두달여간의 조업정지 이후 석포제련소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성아 기자


김 사장은 특히 석포제련소의 토양 정화 계획과 관련해 "환경부와 협의를 통해 2027년까지 모든 구역을 정화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정부도 이를 수용한 상태"라고 말했다. 영풍이 자체적으로 정화해야 하는 면적은 총 11만1820㎡다. 이 중 3공장은 100% 정화를 완료했지만, 1공장과 2공장은 각각 37%, 26% 수준이다.


김 사장은 "공정의 연속성 때문에 현재 가동 중인 지역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화가 필요한 지점에 대해선 건물을 허물면서 토양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련소 내 오염물질이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철저히 가둬 관리 중"이라고 덧붙였다.

비소가 다량 검출되는 '비소 단독 오염 부지'에 대해선 "과거 광산 개발로 인해 자연적으로 비소가 축적된 지역"이라며 "이 부지는 자사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자원공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올해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아연 등 다종의 금속이 검출되는 '복합오염 구역'에 대해선 "100% 책임지고 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수도 철저히 관리…카드뮴 등 검출 한계치 미만

김 사장은 수질 개선에 대해서 자신감을 보였다. 지하수 유출을 막기 위해 제련소 하부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하루 1200t의 물을 끌어올려 정화한 뒤 공정에 재활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하수는 중금속을 머금고 강으로 흐를 수 있는 만큼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하루 약 300t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정화한 후 다시 사용하고 있으며, 낙동강으로 나가는 물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가동 중인 '무방류 시스템'도 대표적이다. 공장에서 사용한 물을 외부에 전혀 방류하지 않고, 하루 약 2600t을 공정에 재사용하는 구조다. 공장에 내린 빗물이 오염물질을 실어 나르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기준인 5㎜보다 13~15배 많은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4만t 규모의 저장소도 갖췄다.

김 사장은 "2021년까지는 카드뮴 등 일부 중금속이 검출된 기록이 있었지만, 2022년 이후론 낙동강 수계에서 검출한계치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5년 전 영풍과 지금의 영풍은 완전히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5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난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이 두달여간의 조업정지 이후 석포제련소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성아 기자

지난 25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난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이 두달여간의 조업정지 이후 석포제련소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성아 기자


대기질도 이상 無…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철저히 관리

석포제련소에는 총 6기의 산소공장이 있다. 가장 최근 준공된 6호기는 지난달에 완공됐다. 이 밖에도 오존 설비, 굴뚝 원격감시시스템(TMS), 공장 내부 대기 측정소 등을 통해 상시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굴뚝에 설치된 TMS는 환경부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다. 배출 데이터를 회사 측이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김 사장은 "전국에서 가장 좋은 질소산화물 농도를 보이는 전남 신안군과 석포면은 유사한 수준"이라며 "먼지와 가스 등 대기 배출물질 역시 법적 기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사장은 "석포제련소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50년 이상 축적된 기술과 현장 노하우가 녹아 있는 구축물"이라며 "공장을 해체하는 순간 고철이 되기 때문에 다시 짓는다고 해서 지금의 생산능력과 친환경 시스템이 바로 작동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 석포면 주민의 70% 이상이 제련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이 지역 주민들에겐 생계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제련소를 녹지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화=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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