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찾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산자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지나 도착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선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때 멈춰 섰던 공장이 다시 힘차게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1개월 30일 동안 조업을 멈췄다. 지난해 대법원의 물환경보전법 위반 판결에 따른 조업정지 처분 때문이었다. 법원은 영풍이 무허가 관정을 개발하고 침전조에서 흘러넘친 폐수를 최종 방류구가 아닌 이중 옹벽과 빗물 저장시설로 무단 배출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1970년 설립 이후 처음 겪는 유례 없는 위기였다.
하지만 영풍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조업정지 기간 공정액을 비상 저장소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주요 설비를 철저히 점검·정비했다. 동시에 환경 및 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며 제련소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4월 말 재가동 후 빠르게 정상화됐고, 5월 중순부턴 안정적인 생산 체제로 복귀했다.
영풍 관계자는 "제련소는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긴 배관과 수많은 설비 안에 각종 물질이 24시간 흐르고 있어 마치 사람의 혈액처럼 공정이 멈추지 않아야 설비가 온전하게 작동한다"며 "갑작스럽게 가동을 멈추면 부식, 화재, 폭발 위험까지 따르게 되지만, 영풍은 이번 조업정지를 '전면 재정비'의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한 방울의 공정사용수도 흘려보내지 않겠습니다'라는 거대한 패널이 붙은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낙동강 물줄기 바로 옆에 설치된 4대의 거대한 쇠 탱크였다. 전 세계 제련소 가운데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ZLD)다.
영풍은 '환경과의 공존'이란 슬로건 아래 꾸준히 친환경 제련소 실현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ZLD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스템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외부에 배출하지 않고 전략 재처리해 공정에 재활용하는 설비로, 총 460억원이 투입됐다. 연간 약 88만㎥의 공업용수를 절감하고, 낙동강 수자원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관련 기술은 특허를 취득했으며, 최근에는 이차전지 및 금속 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제련소 외곽 3㎞ 구간에는 차수벽과 지하수 차집시설이 설치돼 오염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고 있으며, 공장 전체 바닥엔 삼중 차단 구조를 적용해 토양 오염까지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오존 분사식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 산소공장 증설, 원격감시시스템(TMS) 등 첨단 설비도 도입됐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로 지난 1월 기준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하류 '석포2' 지점의 수질은 아연 0.15044㎎/L, 카드뮴 및 납은 모두 0㎎/L로 법적 기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날 석포면에서 만난 임광길 석포면현안대책위원장은 "일부 환경단체나 외부 사람들은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들며 제련소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풍 관계자는 "영풍은 단지 금속을 제련하는 기업이 아니라, 이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해온 공동체의 일부"라며 "환경과 공존하고, 지역과 동행하는 제련소로 계속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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