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여름은 재난…열사병 위험 최대 35배↑[위기의 노동자]⑧

논밭서 온열질환사망 '최다'
맞춤형 폭염 대책 시급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농민들은 온열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며, 급기야 사망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여름 논밭에서의 온열질환자는 309명(지난 27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159건, 2022년 230건, 2023년 395건, 지난해 529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온열질환 사망자도 농촌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1~2024년 사망자 238명 중 논밭에서 사망한 사례는 76명으로 가장 많았다. 농촌의 고령화는 폭염 피해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온열질환자 중 농림어업 종사자가 371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고령층의 경우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 폭염에 대한 저항력이 현저히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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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국 국립의학도서관(PMC)에 실린 'Occupational Heat Stress and Agricultural Workers : A Scoping Review' 논문에 따르면 농업 노동자의 열사병 사망률은 다른 산업에 비해 최대 35배 높다. 이는 야외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구조와 그늘, 식수, 보호장비 부족, 이주노동자의 의료 접근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논문은 1992~200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서 농업 분야 사망률이 10만명당 0.39명인 반면 전체 산업 평균은 0.02명임을 근거로 위험도를 종합 평가했다.


사람뿐 아니라 농작물도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청의 '2024 이상기후보고서'는 지난해 농작물 폭염 피해 면적이 3477.1㏊에 달했다고 밝혔다. 여름철 폭염은 작물의 호흡량을 증가시켜 당도를 낮추고, 과실이나 잎이 햇볕에 데이거나 마르는 현상을 유발한다. 상추·깻잎 등 엽채류는 잎이 시들고 고온에 민감한 인삼은 뿌리와 줄기가 말라 죽게 된다. 땡볕 아래에서 일해도 수확은 줄어드니 농민 입장에선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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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농촌 맞춤형 폭염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농촌 인구는 고령인 경우가 많아 온열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등 현장 가까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폭염 안전 수칙을 권고하고 폭염 위험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희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는 "폭염 예보 시 보건소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전화, 방문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농민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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