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 공존'을 내세우며 대북 대화 의지를 밝혀온 가운데 북한이 새 정부 출범 후 두 달여 만에 첫 고위급 담화를 내놔 주목된다. 단절된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했지만 극단적 수위의 비난은 없었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8일 '조한(북·남)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면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북한을 초청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는 "헛된 망상"이라고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방송 및 전단살포 중단, 북한 개별관광 검토 등에 대해서는 "성의있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5일 취임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취임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한 것"이라며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깎아내렸다.
특히 김 부부장은 내달 중순께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미·한은 상투적 수법 그대로 저들이 산생시킨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해보려고 획책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내달 광복절을 계기로 대북 제스처의 일환으로 한미연합훈련 유예 등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8월 한미군사훈련이 남북관계의 주요 분수령"이라며 "이 대통령이 좀 더 높은 수준의 남북화해협력의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을 위해 한미군사훈련 조정 등의 유연한 메시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연습계획 및 일정에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담화에서 미국에 대한 발언을 자제한 것에 대해서도 양 교수는 "(APEC 참석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만남 가능성을 불배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지난 몇 년간의 적대·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으로 정부는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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