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검찰주의를 벗어난 특검인가 계승한 특검인가

사냥이 된 형사사법
정치가 된 수사, 수사가 된 정치
검찰권, 꺾인 게 아니라 방향을 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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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지휘검사)가 적군의 종심을 가른다. 적장(피의자)을 베고 포획한다. 피의자를 인간이라기보다 과녁이자 타깃으로 본다."


한 여당 인사는 '특수통들의 내면 세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표적·하명·보복 수사를 일삼는 검찰의 뇌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다. 별건 위에 별건을 얹는 기소, 피의사실공표를 통한 언론재판, 불필요한 주거지 압수수색으로 행해지는 인격살인 등. 과잉된 검찰권의 힘이 결국 조직의 해체를 불렀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했다. 이런 수사는 국가형벌권의 작동이 아니다. 전쟁이자 사냥이며, 스포츠며, 생중계되는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 구체적인 인간의 생명·신체·자유의 형사사법 문제를 승리의 수단으로 삼는 게임, 이겨야만 하는 경기로 여긴다. 수사가 국가폭력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이 여당 인사가 화제를 돌려 특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내란 특검은 메뉴가 정해진 '급식', 김건희 특검은 반찬이 많은 '한정식', 순직해병 특검은 '절에서 주는 공짜밥'이라고 했다. 전자는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후자는 풍부한 이야깃거리 속에서 '먹거리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듣기 불편했다. 그는 검찰개혁 법안 설계에 관여한 검사 출신 정계 인사다.


비슷한 장면이 많다. 내란특검은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생긴 '포토라인 규정'은 참고인 신분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게도 적용되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 참고인 신분의 기업인 소환을 사전 공개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멋진 해병' 단체대화방 참여자들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주거지를 압수수색 당했다.

사실 전쟁·사냥·스포츠식 수사는 유례 없는 3특검이 가동된 현재 가장 왕성하게 진행 중이다. 배후엔 국민 법감정, 정확하게는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목표가 있다. 여기엔 "당신도 당해봐라"라는 정파적 보복심리가 엿보인다.


물론 계엄과 내란의 진위는 밝혀져야 한다. 다만 배후의 진실도 봐야 한다. 지금 검찰권은 힘을 뺀 것이 아니다. 칼끝이 향하는 방향만 180도 튼 것이다. 친여 성향 검사장들이 대거 복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여된 재판에 대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공소취소 지휘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검찰은 '죽은 권력에는 엄격하고, 살아 있는 권력엔 관대하게' 움직일 채비를 마친 것이다.


검찰개혁론자들에게 되묻는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추진하는 이 시점에, 왜 가장 활발한 검찰권 집행이 벌어지고 있는가. 특검의 몸통이 검찰인데 특검과 검찰을 분리할 수 있는가. 특검이야말로 '절차적 정의'를 먼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진짜 개혁의 동력과 명분, 정당성이 생기지 않겠는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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