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있다고 추방"…베네수엘라 男, 트럼프 행정부 상대 거액 소송

2023년 美 입국해 미용사로 활동
"마약카르텔 연관 누명 쓰고 쫓겨나"

특별한 증거가 없는데도 문신 문양이 마약 밀매 카르텔과 연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추방됐던 베네수엘라 출신 20대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비판적 성향을 가진 단체인 '민주주의수호기금(Democracy Defenders Fund·DDF)'은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관련법에 따라 네이예르베르 아드리안 레온 렌헬을 대리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며 "렌헬은 부당하게 미국에서 구금돼 외국으로 추방됐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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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F가 공개한 소송 관련 자료를 보면 피청구인(피고)은 미국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 등이고, 소송 가액은 130만달러(17억8000만원 상당)다.

렌헬(27)은 지난 3월13일 텍사스주(州) 아파트 주차장에서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체포된 이유는 그의 몸에 있던 문신 문양이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인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와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20일 트렌 데 아라과를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했다.


렌헬은 2023년 미국에 합법 입국해 미용실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카르텔과 관련이 없으며, 체포 당시 자신이 붙잡히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도 못 들었다고 주장한다. 체포된 후 렌헬은 미국 정부에 의해 엘살바도르로 보내졌다. 미국 정부는 250여 명의 추방자를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아웃소싱 수감' 형태로 보냈다. 그곳에서 렌헬은 교정 직원에게 주먹과 곤봉으로 수시로 맞았는데, 한 번은 감시 카메라 사각지대로 끌려가 폭행당하기도 했다고 DDF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윤리 담당 고문을 지낸 노먼 아이젠 DDF 창립자(변호사)는 "이 사건은 헌법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사례"라며 "법적 구제 수단 없이 누군가를 구금하고 어딘가에서 사라지게 하는 건 끔찍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렌헬은 이달 초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수감자 교환 협약에 따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보내졌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DDF는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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