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000보 걷기만으로도 암, 치매, 심혈관 질환 등 질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1만보 목표보다 더 현실적인 건강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의학 학술지 랜싯 퍼블릭 헬스에 게재된 연구에서 호주 시드니대학교 찰스 퍼킨스 센터 연구팀은 하루 7000보 걷기가 암, 치매, 심혈관 질환 등 주요 질환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성인 16만명 이상의 건강과 활동 데이터를 활용한 선행 연구를 종합해 분석했다. 하루 2000보 걷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7000보를 걸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25% ▲암 6% ▲치매 38% ▲우울증 22%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하루 4000보 수준의 비교적 적은 활동량도 하루 2000보 이하의 저활동군에 비해 건강상 이점이 있었다. 대부분 질환에서는 하루 7000보를 넘어서면 효과가 둔화했다. 다만 심장 건강 측면에서는 더 많이 걸을수록 추가 이점이 확인됐다. 다만 일부 수치는 비교적 소수 연구에 기반한 것으로 정확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멜로디 딩 박사는 "우리는 하루 1만보를 걸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1만보는 대략 8㎞에 해당한다. 1만보 기준은 1960년대 일본의 마케팅 캠페인에서 유래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만보계'라는 이름의 만보기 제품이 출시되면서 자연스럽게 퍼진 것인데, 이후 하루 1만보 걷기는 '건강의 정석'으로 굳어졌다. 딩 박사는 '1만보 걷기'에 대해 "문맥 없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주 15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 또는 75분 이상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한다. 딩 박사는 수영, 자전거, 장애 등으로 걸음 수 측정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며 기존 지침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걸음 수 기준도 활동량을 확인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브루넬대 다니엘 베일리 박사는 "1만보 신화에 도전하는 결과"라며 일반인에게는 5000~7000보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포츠머스대 앤드류 스콧 박사 역시 "정확한 수치보다는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아짐 마지드 교수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도 적은 걸음 수가 도움이 된다"며 "청소나 정원 가꾸기 같은 일상 활동도 유익한 신체 활동"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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