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경찰 때려도 실형 3.2%…대부분 벌금·집행유예[경찰 수난시대]

주취자 공무집행방해 판결문 분석
전과 누적·추가 범죄 시만 실형

"왜 나한테 X같이 대하냐"


지난 1월 서울 중랑구에서 한 주취자는 '가게를 부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이 도로로 달려 나가려는 주취자를 막고 인도 쪽으로 이동시키려 하자 경찰관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결국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그는 집행유예 기간 종료 3개월 만에 또다시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술 취해 경찰 때려도 실형 3.2%…대부분 벌금·집행유예[경찰 수난시대]

28일 대법원 판결문 열람 서비스에서 올해 전국 지방법원의 공무집행방해 사건 중 주취자 키워드로 검색한 판결문 61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은 징역 6개월, 징역 1년 2개월 등 2건(3.2%)에 불과했다. 나머지 59건은 모두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벌금형(30건·49.1%) 중에는 500만원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0만원(7건), 600만원(6건), 400만원(3건), 1000만원(1건) 순이었다. 집행유예(29건·47.5%)는 2년 18건, 집행유예 1년 9건, 집행유예 3년 2건 순이었다.


형법 제136조는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주로 동종 전과가 누적됐거나 폭력의 강도가 심각한 경우에 한정됐다.

지난해 11월 술에 취한 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스터디카페에 들어간 남성은 경찰의 귀가 요청을 거부하고 순찰차 유리창에 휴대전화를 집어 던져 징역 6개월을 받았다. 해당 남성은 술 취한 상태에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로만 10건의 전과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호텔에서는 또 다른 남성이 경찰의 배를 걷어차고 손목을 깨무는 등 난동을 부려 징역 1년 2개월 실형을 받았다.


술 취해 경찰 때려도 실형 3.2%…대부분 벌금·집행유예[경찰 수난시대]

폭행의 강도가 약하다고 판단되거나 전과가 없을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선처됐다. 벌금형은 주로 손바닥으로 밀치거나 경미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 집행유예는 주먹을 사용하거나 한 차례 이상 폭행한 사례에 내려졌다.


지난해 4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경찰의 귀가 요청에 불응하고 주먹으로 경찰관의 뒤통수를 한 차례 때린 주취자에게는 벌금 600만원이 선고됐다. 같은 해 12월 서울 은평구에서는 경찰 제지에 욕설을 퍼붓고 경찰관의 낭심을 걷어찬 주취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내려졌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취자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며 "난동을 심하게 피워 제압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긁히거나 까지면 경찰을 역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주취자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일반인 폭행과 달리 경찰관 폭행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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