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대만)가 미국에서 만드는 칩의 가격이 상당히 비싼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고객사들은 TSMC에 대한 여전한 믿음을 내비치며 높은 가격 역시도 수용하겠단 뜻을 보이고 있다.
26일 이코노믹데일리뉴스 등 대만 현지 언론들은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서밋 행사에 참석해 TSMC에 대한 굳은 신뢰를 보인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잇달아 보도하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수 CEO는 서밋에서 "미국 애리조나에서 TSMC가 만드는 칩의 원가가 대만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5~20%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산 TSMC 칩의 구체적인 가격이 책정된 후 처음으로 나온 고객사 CEO의 반응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지은 첫 번째 웨이퍼 공장을 지난해 4분기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주요 고객사들의 칩들도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생산된 실물 칩이 최근 처음으로 선보여지면서 업계에선 그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TSMC와 관련 공급 협력사들은 미국산 제품들이 대만보다 평균 5~20% 더 비싸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데 들인 천문학적인 비용과 대만에서 파견된 인력, 미국에서 고용된 임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등이 가격을 높였다.
그럼에도 TSMC의 핵심 고객사 중 하나인 AMD의 수장이 높은 가격에도 계속 신제품 생산을 TSMC에 맡기겠단 뜻을 밝혀 대만은 고무된 분위기다. AMD는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TSMC의 '큰손' 고객이다.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생산토록 가장 앞서서 주문했고 향후 가동될 애리조나 세 번째 공장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에픽 베니스'에 적용할 2㎚ 공정 칩을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 CEO는 "애리조나 TSMC 공장의 수율은 이미 대만 공장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자사의 칩을 생산하는 데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배웠던 반도체 공급망의 회복탄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만뿐만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도 칩을 생산토록 해, 칩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산 칩의 가격이 높음에도, AMD 등 고객사 중 TSMC와의 거래를 끊거나 가격 재협상에 나선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높은 초기 가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에는 이 가격 대만산 칩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TSMC가 스스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서다.
미국 현지에 웨이퍼 공장 6개, 첨단 패키징 시설 2개, 연구개발(R&D) 센터 1개 등을 만들겠단 TSMC의 장기 프로젝트도 이러한 일환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에서 고객사들의 칩을 만들면 운송비 등 부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미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칩의 가격 역시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가운데서 TSMC는 미국 생산시설들에 최첨단 신공정들을 가감 없이 도입하겠다고도 밝힌 상태다. 미국 애리조나에 세운 첫 웨이퍼 공장은 4㎚, 두 번째 공장은 3㎚ 공정을 사용한다. 세 번째, 네 번째 공장은 2㎚ 및 A16 공정이 도입될 예정이고 다섯번째, 여섯번째 공장들도 이보다 더 발전된 공정 기술이 도입된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의 건설 및 양산 계획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지징징·종휘링 기자 / 번역=아시아경제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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