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기 때문에 입법 여건도 고려를 안 할 수가 없지 않겠나."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주요 조직 개편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기획위가 개편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장고에 들어간 이유를 가늠하게 하는 내용이다.
당초 국정위는 기재부에서 예산실을 분리하고 금융위의 국내 금융 정책을 기재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에 담긴 내용이다. 금융당국 개편은 별다른 변수 없이 공약 취지대로 논의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금융위 존치론'이 힘을 받으면서 국정위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재명 정부 조직 개편의 최대 관심사인 검찰 조직 개편과는 다른 흐름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국정기획위원은 처음부터 검찰청 조직 개편에 한목소리를 냈다. 여론의 뒷받침도 든든한 응원군이었다. 검찰 개혁 동력 확보에 유리한 환경이다. 여당 쪽에서 구상하는 '추석 전 결실'이라는 시간표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견해다.
반면 경제·금융 부처 개혁의 경우 상황이 간단치 않다. 정부조직법만 바꾸는 것으로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은행법 등 여러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가 뒷받침돼야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법안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담당하는 위원장이 국민의힘이라는 점은 변수다.
정무위원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협의 시간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뒤따라야 개혁 시간표에 맞출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정위는 현재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금융당국 조직개편으로 인한 실익을 따져보고 더 효율적인 개편안을 도출해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국정위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금융위 해체'라는 강도 높은 금융당국 개편 예고에 술렁이던 금융위는 조직 존속 기대감을 점점 키우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가 내놓은 소상공인 지원과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조직의 존재감과 효용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재명 정부 측에서는 새로운 국정철학에 부응하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하고자 하는 일이 정치 시간표대로 흘러갈 수는 없다. 조직 개편의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실용성, 효용성에 관한 공감대 형성이다. 자칫 조직개편이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 되지 않을지 더욱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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