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한 도시가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을 도입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남녀를 불문하고 "성차별적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스페인 북서부 레온시는 최근 도시 여러 지역에 취약 계층 보호와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지정했다. 해당 주차 공간에는 분홍색 배경에 치마를 입은 여성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어 시각적으로도 일반 주차 구역과 구분된다.
스페인 레온시가 도입한 여성 전용 주차 공간. 시가 이 정책을 시행한 지 일주일 만에 분홍색 여성 이미지에 남성 성기가 덧그려진 모습이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호세 안토니오 디에스 시장은 "젠더 관점에서 접근한 정책으로 여성이 더 넓고 조명이 밝고 인도와 가까운 위치에 주차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잠재적 폭행 위험을 피하자는 취지"라며 "이미 유럽 다른 도시들에서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의 이러한 조치를 두고 현지에서는 비판이 거세다. 여성들은 "성차별적인 조치"라거나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별도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완전히 남성 중심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한 여성단체는 현지 매체에 "분홍색 치마는 여성의 무력함을 암시한다"며 "별도의 캠페인 없이 집행된 조치가 젠더 고정관념을 더욱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남성 사이에서도 차별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시민은 "스페인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에 따른 차별은 어떤 형태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남성이 의도적으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헌법에도 위배된다" "역차별이다" 등 비판이 잇따랐다. 지역 매체는 정책 시행 일주일 만에 일부 여성 전용 주차면에 남성 성기를 그린 낙서가 발견되는 등 훼손 사례도 발생, 반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여성 전용 주차구역은 스페인 외에도 앞서 여러 국가에 도입됐지만 실제 안전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는 제한적이며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 프랑스 메츠시도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으나 "단순한 표식만으로는 실질적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조명 개선과 CCTV 설치, 순찰 인력 확충 등 통합적 보안 대책이 더욱 효과적이다." "비용 대비 실효성이 낮다"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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