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같이 수사받던 조직간부 2명, 현 정권 장관으로

너무 많은 IT기업 대표 수사, 처벌
대표 못하겠다 의장으로 신분 바꿔
모임서 누가 더 전과 많은가 내기도

수갑[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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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검찰은 40여개 조직 최고위 인사, 주요 간부를 같은 혐의로 기소해 법의 철퇴를 가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25년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수사, 처벌을 받은 사람 가운데 2명을 새 장관으로 발탁했다. 바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다.

당시 기소대상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과 주요 인터넷 사이트 책임자였다. 혐의는 음란물 게시·유포. 한 장관은 그 무렵 지금은 사라진 포털, 엠파스 검색서비스 본부장이었다. 그가 받은 처벌은 벌금 1000만원, 몰수형이었다. 당시 네이버 대표로 수사를 받은 최휘영 장관 후보는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수사결과를 듣고 몹시 화가 났었다는 기억은 선명하다"고 했다. "내가 법인대표로 검찰청에 가서 조사받았는데 왜 다른 직원이 처벌을 받느냐"는 것이 그가 화를 낸 이유다. 음란물이란 죄목으로 처벌을 받은 직원이 미혼, 여성이라는 것이 최 후보가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그때 기소당한 40여개 회사에선 조폭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벌어졌다.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는 "친구이자 부대표를 이번엔 네가 가라고 보냈다"고 했다. 영화처럼 '니가 가라 하와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지만 부대표는 별말 없이 검찰청으로 갔다. 김 대표는 이미 여러 번 회사를 대표해 경찰, 검찰에 갔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보통 대표를 직접 신문하고 싶어 한다.

'대표가 굳이 가야 하냐'고 반항하다가 험한 꼴을 보기도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기업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대표 시절 수사기관이 부르는데 가지 않았다가 유치장 구경까지 했다. 강남경찰서는 2002년 네이버가 성인만화를 청소년에게 판매했다며 대표를 불렀다. 그러나 네이버는 대표 대신 사업 담당자를 경찰서로 보냈다. 화난 담당 형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네이버를 탈탈 털고, 뒤늦게 경찰서에 온 이해진 당시 대표를 유치장 철장 속에 집어넣었다. 몇 년 뒤 이 대표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 신분으로 일하겠다고 선언한다. 그 이후 그는 경찰서, 검찰청과 멀어졌다.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의장제가 한국 인터넷 업계에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도 수사기관이 늘 대표를 찾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 성공한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약속한 것처럼 30대 후반이 넘으면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는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포, 게임 머니 분쟁, 개인정보 유출 등 인터넷 업계 대표와 직원들이 끌려갈 일은 많고, 계속 늘어난다. 김유식 대표가 최근 경찰서에 불려간 이유는 동물 학대 방조다. 디시인사이드에 생선을 잔혹하게 뜯어 놓은 사진이 올라왔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형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벌금도 형사처벌이다. 쉽게 말해 벌금형을 받으면 전과자다. 불법행위는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과자가 양산된다면 문제다. 앞으로는 IT 기업 대표들이 술자리에서 장난삼아 누가 더 전과가 많은지 따져보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벌금 등 제재는 개인이 아니라 법인에 주어도 충분하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8월 건강 문제로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 애플 이사회 의장을 맡고 그해 10월 세상을 뜬다. 그의 책임경영 의지와 일에 대한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동시에 애플이 한국기업이고 그가 한국 사람이었어도 그렇게 했을까 궁금하다.





백강녕 IT스페셜리스트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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