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한미 간 관세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관세 감축과 협력 확대를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이날 오전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면담은 80여분간 진행됐다. 양측은 8월 1일 이전 상호 호혜적 타결방안 도출에 뜻을 같이하고, 조속한 후속 협상 개최에 합의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자동차 등 품목의 관세 완화를 강하게 요청했다.
전날인 23일에는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김 장관은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제안하며, 오는 8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에너지 슈퍼위크'에 라이트 장관의 참석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번 방미 기간 중 미국 측에 1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이 구상은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5500억달러 규모 투자 약속 및 15% 관세 인하 사례를 의식한 전략적 대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투자와 제조 협력을 통해 미국 공급망에 실질적 기여를 약속한 만큼, 관세 감축이라는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은 조선업 협력을 협상의 핵심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미국 해군 정비 및 상업선 건조 등에 참여할 역량을 갖춘 업체로 평가받으며, 필리 조선소 인수와 기술협력도 거론된다. 이는 미국 내 제조 기반 재건이라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도 부합해 실익 중심의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세율 절충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과의 합의 수준인 15% 인하안이 거론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율뿐 아니라 '투자 규모'와 '지역 고용 창출' 등 정치적 명분도 중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1000억 달러 이상 투자와 전략산업 협력으로 대응하되, 자칫 지나친 양보로 비칠 수 있는 미국산 농산물 시장 개방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실제로 청송 등 사과 주산지를 중심으로 국내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고, 정부도 쌀·쇠고기 등 전통적 민감 품목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바이오에탄올용 곡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유연한 접근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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