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호건, 71세 일기로 영면…프로레슬링계 큰 별 지다

美 플로리다 경찰 "병원 이송 후 사망" 발표
WWE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애도 표명

'프로레슬링계의 전설' 헐크 호건이 24일(현지시간) 71세 일기로 별세했다.

미 플로리다주의 서부 해변 도시 클리어워터 경찰국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전 9시51분에 심장마비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호건의 자택에 출동했다"고 시작하는 발표문을 올렸다.

헐크 호건. AP연합뉴스.

이어 "구급대는 응급 처치를 하며 호건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병원에서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지역 경찰과 프로레슬링 단체 WWE 측 발표를 인용해 호건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보도했다. WWE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헐크 호건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며 "대중문화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인 호건은 1980년대 WWE가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호건의 본명은 본명이 '테리 볼리아'다. 그는 WWE 역사상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WWE 챔피언십을 최소 6회 우승했으며, 2005년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80년대 중반부터 프로레슬링을 가족 친화적인 예능 스포츠로 변모시킨 업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호건은 이전에는 팬층이 그리 두껍지 않았던 프로레슬링을 대중적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는 링 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로 어린이들을 비롯해 가족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예능에 가까운 경기 문화를 확산하면서 프로레슬링을 황금기로 이끌었다.

헐크 호건. EPA연합뉴스.

말굽 모양의 수염과 빨간색·노란색의 의상, 거대한 팔뚝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호건은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레슬링계 밖에서도 다양하게 활동했다. 그의 일상생활을 다룬 리얼리티쇼 '호건 노즈 베스트'(Hogan Knows Best)를 비롯해 '록키 3' '죽느냐 사느냐'(No Holds Barred) 등 다수의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과 만났다.

그의 사생활은 수많은 가십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에는 그가 유명 라디오 DJ 진행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의 부인인 헤더 클렘과 가진 여러 차례의 성관계 영상이 가십 매체 '고커 미디어'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그는 이 매체를 상대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승소, 1억1500만달러(약 1578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헐크 호건. AP연합뉴스.

근래 호건은 정치적인 성향을 강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우리는 지도자이자 나의 영웅인 검투사와 함께 미국을 되돌릴 것"이라며 "트럼프 마니아들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게 하라"라고 말하며 당시 트럼프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그는 당시 입고 있던 검은색 티셔츠를 두 손으로 찢은 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빨간색 티셔츠가 드러나게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호건의 별세 소식을 처음 보도한 TMZ 스포츠는 지난 5월 호건이 받은 목 수술 후유증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