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언론이 파리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관광객이 현지인들보다 약 50% 비싼 요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문한 와인보다 저렴한 가격의 와인으로 바꿔서 제공하고, 입력한 팁을 취소한 후 종업원이 몰래 더 높은 팁으로 설정하는 등의 행태도 확인됐다.
23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파리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관광객들의 제보가 이어지자 이를 확인하는 실험에 나섰다. 기자는 에펠탑이 그려진 셔츠와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미국식 억양을 쓰는 미국인 관광객으로 분장했고, 실제 파리 시민과 함께 에펠탑 근처의 한 카페를 찾았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테이블에 앉은 채 라자냐와 음료를 주문했고, 이 과정을 몰래 촬영했다. 그 결과 파리 시민은 6.5유로(약 1만473원)짜리 캔 콜라와 함께 무료 물을 제공받았고, 미국인으로 분장한 기자는 "작은 사이즈 콜라는 주문할 수 없다"라는 답변을 받아 9.5유로(약 1만5308원)짜리 콜라를 주문했다.
또 기자에게는 무료 물이 제공되지 않았고, 병에 담긴 생수를 6유로(약 9688원)에 주문해야만 했다. 실제로 르파리지앵이 파리 도심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들은 식당 물값과 관련해 "식당에서 항상 물값을 내야 하는 줄 알았다", "물을 달라고 해도 늘 유료 생수병을 가져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장소를 다른 레스토랑으로 옮겨 팁 정책도 비교했다. 프랑스인은 명세서에 법정 10% 서비스 요금이 포함된 금액을 받았는데, 가짜 미국인에게는 금액에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팁 추가 여부를 물었다. 그는 카드 결제 시 팁 10%를 입력했지만, 웨이터가 몰래 이를 15%로 수정한 사실을 나중에 확인했다.
르파리지앵은 지난달 비슷한 실험을 통해 파리의 일부 식당이 외국인들에게 값싼 와인을 비싸게 속여 판다고도 폭로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위장해 식당에 잠입한 소믈리에가 9유로짜리(약 1만4502원) 샤블리를 주문했는데, 실제로는 메뉴에서 가장 저렴한 5유로(약 8056원)짜리 소비뇽 블랑이 나왔다. 계산은 9유로로 청구됐다.
프랑스 호텔·레스토랑 협회(GHR)의 프랑크 트루에 대변인은 "업계에 대한 모욕"이라며 "프랑스에서 (수돗)물과 빵은 무료이고 병 생수는 거부할 수 있으며, 팁은 서비스가 만족스러우면 자발적으로 주는 것일 뿐 절대 의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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