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이 메가시티의 교통 체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내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 개인정보 규제가 자율주행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AI를 이용해 교통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규제가 정보 수집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고,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가 내놓은 무인 자율주행차도 우한 등에서 운행 중이다. 국내에선 특정 구간에서 조향과 속도가 자동화되지만 시스템 요청 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 3에 머무르고 있다. 작동 구간 내에서 조작할 필요가 없어 운전자가 없어도 운행할 수 있는 레벨 4는 미국과 중국에서 주요 기술을 보유, 상용화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선진국과 한국 사이에 3~4년 격차가 있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서울 강남과 세종 등지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데이터 수집과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자율주행자동차법)'을 보면 자율주행자동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의 경우 익명처리해 활용해야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보를 익명처리할 경우 시간과 자본 등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여전히 기술 개발에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자율주행자동차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자율주행자동차 제작자 등이 자율주행 시스템 성능 및 안전성 향상을 목적으로 특정 개인의 영상이 포함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한다.
자율주행차 사고로 인한 책임 소재, 보험 체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 교수는 "자율주행 개발에 있어서 책임을 묻기보다는 사고 등 위험성을 제거해주는 네거티브(모든 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규정된 것만 금지하는 방식)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보험 제도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우 대기업을 제외하곤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은 투자금 자체가 비교 불가란 것이다. 웨이모는 지난해 10월 7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탁세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민간 자본이, 중국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이에 비하면 국내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라도 쫓아간다는 생각으로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한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교외 지역이나 시골 등 자율주행 수요가 큰 지역에서부터 기술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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