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알제리의 한 관광 도시에서 남성들의 짧은 반바지 수영복 착용을 금지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신문은 23일(현지시간) AP통신을 인용해 "인구 8000명의 작은 관광 도시 체타이비에서 이달 초 라야치 알라우아 시장이 남성들의 '반바지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타이비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바위 해안, 울창한 숲으로 유명해 매년 여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관광업은 이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알려졌다. 체타이비의 한 주민은 매체에 "분위기가 따뜻하고 환영하는 느낌이며, 활기차다"며 "해수욕객들에 대한 적대감은 말로든 눈빛으로든 전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손님을 환대하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달 초 알라우아 시장이 남성들의 반바지 수영복 복장을 두고 "음란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여름 복장은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며,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예의에 어긋난다"며 "주민들도 더 이상 부적절한 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외지인들을 보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외지인은 알제리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객과 외국인을 가리킨다. 보수적인 이슬람 남성 해수욕객들이 선호하는 길고 헐렁한 반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지역 수도인 안나바의 관료들은 관광에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해 "금지 명령을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도 '보수주의자들에게 굴복한 것이냐'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반바지 수영복 금지 명령은 이틀 만에 철회됐다. 알라우아 시장은 SNS에 "이슬람주의자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가 장악한 지방정부들이 종교 교리를 앞세워 공공생활을 재편하려 했던 현지인들의 어두운 기억을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알제리는 국민의 95%가 무슬림인 이슬람교 국가다. 전통적으로 기독교를 탄압하고 있으며 형법에서 신성모독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 기독교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신앙을 나누는 행위로 인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소수의 기독교 신자들은 주로 외국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슬림 여성들은 해변에서 부르키니를 입는다. 얼굴을 포함해 신체를 전부 가리는 여성 전통 의상인 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다. 여성이 신체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수영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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