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등기이사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책임 있는 경영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24일 재계 한 관계자는 "미등기임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주주에 의해 선임되는 이사의 성격상 이사회에 참여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은 이 회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 의사결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책임경영론으로 이어진다.
이사회가 법적·제도적 책임을 지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는 오너가 등기이사로서 공식적 지위를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에 대한 권한 행사와 책임 이행이 일치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춰볼 때, 총수가 이사회 밖에 머무는 현재 구조는 투명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 판단의 속도와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에 힘이 실린다는 시각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들과의 관계에서 명확한 책임체계를 갖추는 것이 신뢰 확보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전날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보다 적극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며 "준법감시위 위원들 사이에서도 복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등기이사 복귀가 반드시 경영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미등기임원 신분으로도 해외 출장과 현장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며, 복귀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회장은 2019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현재까지 이사회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는 현재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3명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있다.
재계에선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시점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별도의 임시 주총을 소집하기보다는 회사 실적 반등 등 내부 여건이 정비된 이후 복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관상 복귀에 법적 제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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