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사람 없나요" 비명…두 달 만에 '10억대' 뚝 떨어진 메이플자이 전셋값

메이플자이 전용 59㎡ 10억원대로 하락
전세가 최저 9억9500만원 매물도
조건부 전세대출 막혀 소유주들 자금계획 수정
전문가들, 향후 반전세 매물 증가 전망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셋값이 6·27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맞아 추락하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로 입주 잔금을 치르지 못한 집주인들이 현금으로 전세 보증금을 치를 수 있는 세입자를 찾다 보니 전셋값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에 대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단지 전경. GS건설 제공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단지 전경. GS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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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대출규제 발표 이후 전날까지 메이플자이 전용 59㎡ 전세가격은 10억5500만원(7월18일 거래)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 말~6월 초 동일 면적 전세는 12억원대에 거래됐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1억원부터 월세 가능' '장기거주 가능' '무융자' 등 전세 매물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세입자 찾기에 한창이다. 현재 동일 면적 전세 호가는 최저 9억9500만원까지 떨어져 있다. 전용 84㎡ 전세는 최근 14억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최저 11억5000만원까지 떨어져 있다.

통상 입주단지의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메이플자이는 고가 단지임에도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셋값이 줄줄이 떨어졌다. 특히 이번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대출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해야 하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를 때 활용한다. 이 대출이 막히면서 집주인은 현금으로 전세 보증금을 치를 수 있는 세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메이플자이의 여파는 서초구 전반의 전셋값 하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KB부동산의 7월2주 전국아파트시장동향을 보면 서울 전세가격은 2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서울에서 서초구만 유일하게 -0.06% 내렸다.


메이플자이 외에도 입주 기간이 대출규제 시행 시점과 맞물린 단지들의 전셋값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9월1일까지 입주하는 휘경자이디센시아의 경우 이달 3일 전용 59㎡ 전세가 4억2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 5~6월 초까지 4억9000만~5억5000만원 수준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대출 규제 발표 직후 전세가격이 4억원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현재 나와있는 동일 면적 전세 매물 호가는 5억4000만원대부터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무융자, 전세대출 가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입주단지는 원래 잔금을 맞출 때 잔금계획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제도 변화로 잔금 지급 타이밍에 변수가 생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건에 맞는 세입자를 찾을 수 없으니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신축 단지는 입지가 뛰어나 시간이 지나면 전세가격이 다시 큰 폭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서울 입주물량이 전반적으로 많지 않아 서초구에서 전세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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