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폭우·폭염의 빈도는 더 잦아지고, 강도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케빈 리드 미국 뉴욕주립대(SUNY) 스토니 브룩 캠퍼스 교수(기후 및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부총장보)는 2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00~200년마다 한 번 내릴 만한 비가 지금은 1년에도 두세 차례 퍼붓는다"면서 "이런 극한 호우의 빈도는 더 늘어나고, 강도(양)는 더 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드 교수는 태풍과 집중호우의 미래 시나리오 관련 기후 모델링의 권위자로, 미국 국립학술원 대기과학 및 기후위원회 위원이다. 지난 21일 개막한 국제 측지학 및 지구물리학 연합(IUGG) 산하 기상·해양·빙권 국제학술대회(BACO-25)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최근 시간당 70㎜ 이상의 극한 호우가 쏟아지는 등 전 세계적 기상 이변에 대해 리드 교수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에선 폭우로 약 150명이 사망하는 등 기후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고, 북서태평양에선 태풍의 세기가 더 강해지고 있다"면서 "한반도는 영향권에 더 깊이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지역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극한 기후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특히 폭우·폭염 등은 중위도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데, 인구가 많고 도시화된 지역, 해안지역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드 교수는 "전 세계 열대저기압은 연간 약 90개 안팎으로 총발생 수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초강력 태풍'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의 최고 강도 시점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한국처럼 중위도에 위치한 지역이 앞으로 더 강한 태풍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태풍 등의 예측 시스템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렵다"면서 "정확도가 증가하고, 공간 해상도도 좋아져서 진로 예측에 대해서는 향상됐지만, 향상됐지만, 상륙 직전 24시간 내 급격히 강해지는 '급격한 강도 증가(rapid intensification)'에 대한 예측은 여전히 난관"이라고 했다.
정치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기후대응댐을 포함한 물관리 정책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리드 교수는 "댐 건설 여부를 정권마다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별 기후 조건과 수요, 환경영향 등 과학적 요소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기후 위기 대응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위기 대응 시스템의 고도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위기 대응 시스템은 지난 40~50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지금의 변화된 기후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돈(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일관성 있는 경보(예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 중요성도 강조했다. 리드 교수는 "폭염에는 풍속이 줄어 풍력발전이 부족해지는 데 그럴 경우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처럼 변수에 대응하려면 수력이나 천연가스 발전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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