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3.0]홍용표 “통일부 명칭 변경? 남남 갈등만 키운다”

③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
통일부 이름 변경 반대, 내부 갈등 우려
남북 평화공존론에도 의문 제기

편집자주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통일의 대상이던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절연을 준비하고 있다. 혈맹인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우리에게 경제·안보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요동치는 정세 속에서 대미 외교, 대북정책의 돌파구를 동시에 찾아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출범했다. 1945년 이후 분단·전쟁·냉전(1.0), 1990년대 이후 화해·갈등의 교차(2.0)를 넘어 이재명 정부가 나아갈 '한반도 3.0 전략'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64)은 24일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통일부 명칭 변경 주장과 관련해 "통일부 명칭을 바꾸는 것은 남남(南南) 갈등, 즉 우리 내부의 갈등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대남관(觀)이 바뀐 만큼 우리가 어떤 대응 전략을 짜고 북한과 어떤 평화를 만들어갈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통일부) 이름만 바꾸는 것은 자칫 논란만 키울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홍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2017년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홍 전 장관은 통일부 명칭 변경론에 대해 "북한이 현 단계에서 통일을 얘기하면 부담스러워하니 평화를 목표로 대화하기 위해 이를 내려놓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예를 들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인정하고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대화하자고 하면 우리 내부의 갈등만 커지고, 우리가 지켜온 헌법적 가치와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 된다"면서 "북한의 단기적 반응은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평화 통일을 추진하는 데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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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 제4조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명칭 내 '통일'이란 단어도 1969년 국토통일원부터 현재 통일부(1998년~현재)까지 5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또 홍 전 장관은 일각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우호적 두 국가' 주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데 대해 "이는 일종의 평화공존론이라 할 수 있는데, 북한이 남북관계를 교전국 관계라고 하고 영토를 침략(완정) 할 수 있다고도 하는 상황에서 평화공존의 관계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그 핵무기로 남쪽을 공격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평화공존론은 자칫 북한이 원하는 '핵(核) 평화'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핵을 인정하고 전쟁만 발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평화라면 그것이 진짜 평화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 전 장관은 새 정부가 군(軍)의 대북 확성기 방송, 국가정보원의 대북 TV·라디오 방송을 중단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북측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과 관련해 "지금은 우리가 어떤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대화를 위한 준비를 하되, 대화를 시작하는 그 자체에 큰 비중을 두면 안 된다. 오히려 북한의 두 국가론 등 여러 전략에 말려들 우려도 있다"면서 "대화를 하더라도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근본적 고민을 신중히, 천천히 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홍 전 장관은 추후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북미대화"라면서 "물론 (북미대화가 성사된다고 해서) 당장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북미대화가 이뤄지면 남북대화의 가능성도 조금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 전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박사를 거쳐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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