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64)은 24일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통일부 명칭 변경 주장과 관련해 "통일부 명칭을 바꾸는 것은 남남(南南) 갈등, 즉 우리 내부의 갈등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대남관(觀)이 바뀐 만큼 우리가 어떤 대응 전략을 짜고 북한과 어떤 평화를 만들어갈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통일부) 이름만 바꾸는 것은 자칫 논란만 키울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홍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2017년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홍 전 장관은 통일부 명칭 변경론에 대해 "북한이 현 단계에서 통일을 얘기하면 부담스러워하니 평화를 목표로 대화하기 위해 이를 내려놓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예를 들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인정하고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대화하자고 하면 우리 내부의 갈등만 커지고, 우리가 지켜온 헌법적 가치와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 된다"면서 "북한의 단기적 반응은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평화 통일을 추진하는 데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헌법 제4조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명칭 내 '통일'이란 단어도 1969년 국토통일원부터 현재 통일부(1998년~현재)까지 5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또 홍 전 장관은 일각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우호적 두 국가' 주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데 대해 "이는 일종의 평화공존론이라 할 수 있는데, 북한이 남북관계를 교전국 관계라고 하고 영토를 침략(완정) 할 수 있다고도 하는 상황에서 평화공존의 관계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그 핵무기로 남쪽을 공격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평화공존론은 자칫 북한이 원하는 '핵(核) 평화'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핵을 인정하고 전쟁만 발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평화라면 그것이 진짜 평화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 전 장관은 새 정부가 군(軍)의 대북 확성기 방송, 국가정보원의 대북 TV·라디오 방송을 중단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북측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과 관련해 "지금은 우리가 어떤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대화를 위한 준비를 하되, 대화를 시작하는 그 자체에 큰 비중을 두면 안 된다. 오히려 북한의 두 국가론 등 여러 전략에 말려들 우려도 있다"면서 "대화를 하더라도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근본적 고민을 신중히, 천천히 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홍 전 장관은 추후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북미대화"라면서 "물론 (북미대화가 성사된다고 해서) 당장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북미대화가 이뤄지면 남북대화의 가능성도 조금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 전 장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박사를 거쳐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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