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판매단가가 가장 많이 오른 제빵 품목은 케이크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고급 케이크류는 생산단가보다 비싸게 판매되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내는 품목으로 분류됐다. 다만 가격이 높아지면서 조각케이크 1개 가격이 1만원을 웃돌아 '한 끼 식사비에 버금간다'는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립공주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받은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빵류 세부 품목 중 케이크의 판매단가 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크 판매단가는 2020년 기준 1㎏당 1414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1만3381원으로 불과 2년 만에 10배 상승했다.
보고서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외출과 모임이 줄면서, 고급 케이크보다는 시트 케이크나 소형 포장 케이크 등 저가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 케이크 평균 판매단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팬데믹이 진정되며 기념일이나 선물용 고급 케이크의 수요가 회복됐고, 이에 따라 판매단가도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무스케이크와 티라미수 등 고급 케이크류의 판매단가 상승 폭도 두드러졌다. 무스케이크는 2020년 6080원에서 2022년 2만4337원으로 약 4배 상승했고, 티라미수는 같은 기간 1만9553원에서 2만5401원으로 약 1.3배 올랐다. 판매단가가 오른 만큼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22년 기준 판매단가와 생산단가 간 차이는 무스케이크가 8230원, 티라미수가 7152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도넛(2546원), 카스텔라(1334원), 파이(1867원) 등 다른 품목들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높은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고급 케이크 수요 증가와 함께 원재료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추세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3월 케이크와 음료 등 58종의 가격을 평균 4.9% 인상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 가격은 3만7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스초생 2단 제품은 4만8000원으로 올랐다. 조각 케이크 가격도 높아졌다. '생딸기 우유 생크림'은 9500원으로 거의 1만원에 달하며, '파베 초콜릿 케이크'와 '생블루베리 요거트 생크림'은 각각 8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점심값과 맞먹는 케이크 가격에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NHN페이코가 올해 상반기 모바일 식권 서비스 결제 9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전국 직장인 점심값 평균은 9500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평균 점심값은 2017년 6000원에서 해마다 상승해 8년간 약 58% 증가했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식사비보다 비싼 디저트도 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여름 시즌 한정으로 '샤인머스캣 생크림 케이크'(1만2500원)를 출시했으며, '멜론쿠헨'(8900원) 등의 디저트도 함께 선보였다. 할리스 역시 '애플망고 듬뿍 라운드'(7900원), '동글동글 멜론 돔케이크'(6800원) 등의 디저트를 선보이며 소비자 입맛을 겨냥하고 있다.
다만 고가 디저트가 반드시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보고서를 집필한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무스케이크나 티라미수는 크림이 포함된 제품이라 유통·소비기한이 짧고, 유통 및 판매 단계에서도 냉장 과정이 필요해 판매단가가 높게 형성될 수 있다"며 "하지만 유통비용과 판매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마진이 높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은 물론 원재료비, 인건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가격 인상이 판매자 입장에서 수익 확대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동시에 판매 부진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