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우군'인 진보 진영의 여성단체와 시민단체까지 우려를 표했지만, 결국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강 후보자를 포함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번 주 내 임명을 마무리하고 신속한 국정 안정을 꾀하기 위해 기한은 24일로 요청했다"면서 "인사청문회법 제6조가 규정하는 재요청 기간과 과거 사례, 국방부·보훈부 장관의 요청 기한이 이번 주 토요일(26일) 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한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강 후보자의 경우 14일 인사청문회가 열렸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주 내 강 후보자를 포함한 4명의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50일 가까이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들과의 '동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재송부 기한도 짧게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 청문을 마쳐야 한다. 기간 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재송부 기한 내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좌진 갑질 논란'과 '거짓 해명'으로 곤욕을 치렀다. 현역 의원인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자택 쓰레기 처리, 변기 수리 등의 개인 업무를 지시한 의혹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청문회 당시 "단순 오해"라는 해명 후 추가로 공개된 보좌진과의 텔레그램 대화가 나오면서 "거짓 해명"이라는 비판이 더해졌다.
전날(21일)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의 증언이 나왔다. 정 전 장관은 21일 지인을 통해 공개한 글에서 강 후보자가 2021년 전 지역구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자신에게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면서 예산을 삭감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의원실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결과적으로 예산 삭감을 막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해당 글에서 "부처 장관에게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갑질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강 후보자를 두둔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기도 했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필요한 부분은 소명하고 그 과정에서 사과했다"면서 "이제는 일하는 것으로 지켜봐 주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갑질에 대한 것도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니까 한쪽 입장만 듣고 재단해 결정하는 것도 문제"라며 다른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 있어서 갑질은 성격이 약간 다르다"면서 "보좌진과 의원은 식구 같은 동지적 관계가 있어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 갈등이 생기고, 이게 갑질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에 대해 '의원·보좌관 관계는 일반 직장과 다르다'고 언급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향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한 분의 의원님께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으나 동의하지 않는다"며 "직장 상사와 직원의 관계,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한 쪽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서로 간 위계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우리가 법으로서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는 이유"라면서 "인사권자의 입장에서 '너무 가깝고 동지적 관계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불만 없이 자발적으로 수락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적 상식에 가까운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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