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만원도 더 벌었는데"…'번쩍번쩍' 불광 내던 1평 공간, 이젠 추억속으로

구두 안 신는 문화에 타격
거리 위 가판대도 감소세

"기자 양반도 운동화 신었네, 한번 봐봐 지금 누가 구두 신고 다니나."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구두수선대를 운영하고 있는 안택종씨(74)는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신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씨는 30년 넘게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수선해오고 있지만, 7~8년 전부터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괜찮을 땐 하루에 10만원도 넘게 벌었는데, 요즘엔 3만~4만원 벌면 잘 번 것"이며 "여기서 (매출이) 더 떨어지면 2~3년 안에 그만두고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가로판매대. 최영찬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가로판매대.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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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수선대와 가로판매대(가판대)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영업 중인 서울시의 보도상 영업시설물(가판대, 구두수선대)은 총 1225곳이다. 2011년과 비교하면 가판대는 1284곳에서 500곳으로 61% 줄었으며, 구두수선대는 1266곳에서 725곳으로 43% 감소했다.


서울 마포경찰서 옆에서 36년째 구두수선을 하고 있는 오복일씨(71)는 "예전엔 다들 구두를 많이 신다 보니 하루에 경찰서에서만 50켤레씩 맡기기도 했다"며 "지금은 매출이 아예 없는 날도 있고, 고무 재룟값도 많이 올라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복장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구두 수선 일이 많이 줄었다"며 "세상이 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복일씨(71)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최영찬 기자

오복일씨(71)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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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직장인들도 중요한 날이 아니면 구두를 신을 일이 많이 없다고 한다. 직장인 신모씨(29)는 "구둣방 아저씨가 가끔 오셔서 차장·부장님들 구두를 가져가긴 한다"면서도 "젊은 직원들은 거의 안 신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보도상 영업시설물을 줄이고 있는 서울시의 방침도 변화 중 하나다. 이전부터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도상 영업시설물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2019년부터 '거리가게 허가제'를 통해 1년 단위로 보도상 영업시설물에 대한 영업 허가를 갱신하고 있다. 3년마다 상인 재산을 조회해 순자산 보유액이 4억5000만원 미만인 자에게만 갱신 허가를 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방식의 변화와 편리성 부족이 가판대와 구두수선대의 쇠퇴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판대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더 많은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데다 종이신문도 안 보고, 로또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시대"라며 "길거리에서 굳이 가판대를 이용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심지어 공무원들도 복장이 자유로워져서 구두를 많이 신지 않기 때문에 구두수선대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퇴근 후에 운동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졌고, 격식보다는 편리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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