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급을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현금화되는 사례가 잇따라 포착되면서 제도 악용 우려가 나온다.
21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지원금 카드 판매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선불카드 15만 원짜리 13만 원에 판다"며 "주소는 서울. 제가 일하고 생활하는 곳은 인천이라 쓸 시간이 없다"라고 게시물을 올렸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받은 선불카드는 당일 지급돼 사용이 가능하다.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도 유사한 판매 글이 다수 확인됐다. 그중 한 이용자는 '민생소비쿠폰 판매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경기권인데 일 때문에 경북에 내려와 있다. 필요하신 분 최대한 낮게 받고 보내드릴 건데 서로 윈윈해서 좋은 거래 했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이같이 소비 활성화와 지역 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한 지원금이 온라인을 통해 현금으로 유통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쿠폰은 신청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범위 내 연 매출 30억 원 이하 매장이나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다. 이로 인해 현금으로 전환되면 대형마트나 대기업 직영 매장에서의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소상공인 지원 효과가 크게 줄어서다.
아울러 이러한 거래는 정부 방침에 명백히 위반되는 불법 행위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소비지원금의 현금화를 엄격히 금지한다"며 "해당 행위가 적발될 경우 지급된 지원금의 환수 조치와 함께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악용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자 행정안전부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본래 사업 목적대로 시중에서 사용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정 유통 행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21일 밝혔다.
부정 유통이란 소비쿠폰을 개인 간 거래 등을 통해 현금화하거나, 가맹점이 물품 판매 없이 혹은 실제 거래금액 이상으로 상품권을 수취하여 환전하는 등의 사례를 의미한다. 소비쿠폰의 사업 목적과 달리 개인 간 거래 등을 통해 현금화하는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비쿠폰 지원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할 수 있다. 또 제재부가금 부과와 함께 향후 보조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중고나라, 당근, 번개 장터 등 주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은 특정 검색어(소비쿠폰, 민생지원금 등) 제한 설정과 게시물 삭제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 행안부는 소비쿠폰 재판매 금지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부정 유통 방지를 위한 추가 조치도 요청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역별 '부정 유통 신고센터'를 운영해 가맹점 수시 단속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개인 간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비쿠폰은 이날부터 오는 9월 12일 오후 6시까지 주로 사용하는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다.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신청 첫 주에는 출생 연도 끝자리 기준 요일제가 적용된다. 카드사 누리집 등 온라인으로는 24시간 신청할 수 있고, 주민센터 등 오프라인 신청은 주말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은행 영업점은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행안부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 첫날인 21일 하루 동안 전체 대상자의 13.8%인 697만 5642명이 신청을 끝냈다. 국민 1인당 기본 1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쿠폰 지급은 신청 다음 날 이뤄진다. 이날 신청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총 1조 2722억원이다. 지급 방식별로는 신용·체크카드 신청자가 534만 5478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역사랑상품권 신청자는 모바일·카드 99만 6452명, 지류 10만 8930명이다. 선불카드 신청자는 52만 4782명이다. 1차 지원금은 국민 1인당 기본 15만 원이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정에는 3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40만 원이 지급된다. 이와 별개로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는 3만 원이,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는 5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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