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60% 넘는 대부계약 원리금 무효… 정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시작[금융현미경]

불법 사금융업자 전화·카톡·라인 차단
무등록업자 최대 징역10년 처벌 강화
신고보상금 2배 확대 정책 실현 기대

年 60% 넘는 대부계약 원리금 무효… 정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시작[금융현미경] 원본보기 아이콘

폭행·협박·성 착취 등을 통해 맺은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지 않아도 되는 법이 새롭게 시행되기 시작했다. 연 이자율 60%를 넘는 계약 대출도 원칙적으로 무효화됐다. 불법 사금융업자가 밤에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불법 채권추심 행위에 쓰인 전화번호, 카카오톡·라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신고를 통해 막을 수 있게 됐다.


"年 60% 이상 대부계약은 불법"
서울 명동 폐업 상점에 사금융 대출 관련 전단이 놓여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명동 폐업 상점에 사금융 대출 관련 전단이 놓여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리가 연 60%를 넘는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 원금과 이자 모두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기존엔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넘는 대부계약 중 법정금리 초과 이자만 무효로 돌릴 수 있었다. 이제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대해서는 이자는 물론 원금도 안 갚아도 된다.


미등록 불법 사금융업자와 맺은 계약은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해당하지 않아도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된다. 이를 어기고 이자를 받아내려 하는 미등록 불법 사금융업자는 징역 5년·벌금 2억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등록 대부업자여도 대부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허위기재하는 경우에는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여신금융기관을 사칭해 계약을 맺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사회 통념상 용납하기 어려운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 초고금리 판단 기준을 100%로 잡고 입법 예고했다가 60%로 강화했다. 이에 일각에선 기준을 강화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는 지적, 정부가 반사회적 계약에 대한 특정한 기준을 정해 사적 계약을 전면 무효화하는 건 과도한 재산권 침해 아니냐는 불만 등이 나왔다.

정부는 60%로 정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민법에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무효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5월29일 광주지법이 연이율 1738~4171% 수준의 불법 대부계약에 대해 업자가 피해자에게 원금과 이자 모두 돌려주도록 하는 첫 판결이 나온 사실도 참고했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법 103조 또는 104조에 따라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화 소송 등을 제기해 불법 사금융업자에 원금·이자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카톡·라인 차단도 가능
年 60% 넘는 대부계약 원리금 무효… 정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시작[금융현미경] 원본보기 아이콘

금융 감독 당국은 기존 불법 대부 광고는 물론 채권추심, 대부행위 전반에서 쓰인 업자 전화번호를 정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밤낮으로 돈 갚으라고 협박하는 불법 추심행위 등에 따라 채무자들이 겪어야 했던 물리적, 심리적 피해를 대폭 줄여 정책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채무자에게 욕설·협박을 하거나 밤에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비롯한 불법 대부행위 전반을 전화번호 이용 중지 대상에 넣는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미등록 업자 불법 대부 광고만 규율 대상이었다. 또 등록 대부업자여도 욕설·협박·야간 연락 등 불법 채권추심을 하면 번호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카톡·라인 등 SNS 규율도 강화했다. 소비자는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당했을 경우 업자 전화번호 또는 카톡·라인 계정을 금감원 홈페이지 또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고하면 된다. 소비자가 금감원, 카톡·라인 앱 등을 통해 신고하면 심사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회사가 업자 전화번호나 SNS 계정을 끊는 방식으로 조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화번호 이용 중지 확대 및 카톡·라인 계정 제한 제도는 민생침해 금융 범죄 수단을 원천 차단하고 불법 사금융업자로부터 서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불법 사금융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불법 대부 행위 등에 대해 형법상 사기 범죄 처벌 수준인 징역 10년으로 올렸다. 기존엔 징역 5년이었다. 벌금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강화했다. 최고금리 위반 행위를 한 업자 처벌 수위는 징역 3년·벌금 3000만원에서 징역 5년·벌금 2억원으로 높였다.


신고 보상금 2배 올리면 시너지
더불어민주당이 미등록 대부업자 신고 보상금을 2배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정책공약집을 발표한 지난 5월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5.28 김현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미등록 대부업자 신고 보상금을 2배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정책공약집을 발표한 지난 5월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5.28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대부업계는 반사회적 계약 수준을 법으로 정하고 업자 처벌 수위를 높인 데다 추심행위 통신 차단 조치까지 꺼낸 것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신고 보상금 2배 확대 정책까지 시행되면 대부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5월28일 더불어민주당은 정책공약집에 "미등록 대부업자 신고 보상금을 2배로 상향한다"고 명시했다. 현행 2000만원에서 약 4000만원 이상으로 올린다는 뜻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합법 등록 대부업자들이 제대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한 만큼 향후 세부 규정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며 "금융 취약계층이 등록 대부업에 대해 갖는 불안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