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 수출한 것처럼 허위 신고한 뒤 빼돌려 국내에 불법 유통한 판매 조직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에토미데이트 최상위 공급책인 의약품 도매업체 A사 대표 이모씨(41) 등 5명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인 이씨는 지난해 5∼8월 중간 공급책인 전직 A사 직원 최모씨에게 에토미데이트 3만5천㎖를 1억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의약품 취급 자격이 있음에도 약사법상 '판매'에 '수출'이 포함되지 않아 수출신고를 하면 판매에 관한 규제를 피할 수 있고 수출에 관해 관리·감독에 공백이 있는 점을 악용해 에토미데이트를 허위 수출신고 하는 방법으로 불법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이씨가 에토미데이트를 태국에 수출했다고 신고하고 발송한 우편물을 실측한 결과 무게가 너무 가벼운 점을 수상히 여기고 태국 현지 수취인을 조사했고, "에토미데이트를 받은 사실이 없다. 기능성 화장품을 주문해 받은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해 '허위 수출'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씨와 중간 공급책을 거쳐 에토미데이트를 받은 판매·투약책들은 서울 강남에 '스킨클리닉'이란 이름의 가짜 피부과 의원을 차려놓고 중독자들에게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8개월간 600여차례에 걸쳐 10억6800만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병원에서 중독자들을 목격했다는 112 신고가 들어오자 단속을 피해 자신들 또는 중독자들 집으로 출장을 가는 방식으로 판매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일당은 병원 운영자, 자금관리, 간호조무사 등 역할을 분담하고 병원 상담실장 근무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중독자들을 소개받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하면서 오로지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에토미데이트를 무제한으로 판매해 중독자들을 양산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에토미데이트는 전신마취제인 프로포폴과 효능이 유사하나 마약류로 지정돼 있지 않아 불법유통이 적발되더라도 약사법만 적용돼 처벌 수위가 낮을 뿐 아니라 투약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오남용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10월 에토미데이트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했고, 지난 2월 마약류로 지정하는 마약류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돼 현재 국회에서 심사하고 있다.
검찰은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기 전까지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수출용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 개선 등 관리·감독 강화를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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