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폭우가 쓸고 간 자리에 다시 폭염이 찾아왔다. 21일 오전 광주의 체감기온은 30도를 넘겼다. 땀이 옷깃을 적시는 월요일, 광주 북구 중흥동과 남구 양림동 행정복지센터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의 첫 대규모 경기 부양책인 이 제도는 이날부터 1차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북구 중흥동 행정복지센터의 접수 방식은 이랬다. 1층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뒤, 2층에서 순서를 기다려 제출하는 구조. 민원창구 앞 책상마다 위임장과 신청서, 펜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신분증을 꺼냈다. 어르신부터 혼자 온 청년, 자녀를 대신해 방문한 부모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창구 앞에 줄을 섰다. 한 안내 직원이 "딸이 성년이면 위임장도 작성하셔야 해요"라고 설명하자, 60대 여성은 "예전엔 그냥 됐는데, 이젠 또 다르네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신청 요일이 정해지는 '요일제'는 이날 처음 운영됐다. 안내문은 분명했지만, 헛걸음한 이도 있었다. 70대 남성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확인한 직원 말에 "오늘인 줄 알았는데, 아니래요. 내일 다시 와야 쓰겄네"라며 민망한 듯 발길을 돌렸다.
박모(57·여) 씨는 "온라인보다 선불카드가 쓰기 편할 것 같아서 일부러 시간 맞춰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장을 한 번만 봐도 금세 몇만 원이 나간다"며 "여름철엔 이런 지원이 더 반갑다"고 덧붙였다.
광남구 양림동 행정복지센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민들은 비치된 신청서를 들고 민원실 내부로 들어섰고, 한쪽에서는 팸플릿을 꼼꼼히 읽는 중년 여성의 모습도 보였다. 대기석에는 부채를 손에 든 어르신들이 조용히 앉아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시민은 순번표를 바라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 일찍 올 걸 그랬네" 하고 중얼거렸다.
김모(71) 씨는 "주는 건 고맙지. 근데 이게 다 세금 아닌가 싶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그는 "당장엔 수중에 뭐라도 들어오는 게 낫다 싶어 신청했는데, 이런 거보다 생활비가 좀 줄었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네 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 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현금이었다면 모아뒀겠지만, 쿠폰이라면 장도 보고 가족 외식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액이 많진 않아도, 당장 쓸 데는 있다"고 덧붙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인당 기본 15만원이 지급되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정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주민에게 3만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는 5만원이 추가된다. 신청은 9월 12일까지이며, 온라인 또는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지급은 신청 다음 날부터 이뤄지며, 사용 기한은 오는 11월 30일까지다.
지급 방식은 카드사 포인트,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용처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으로 제한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배달앱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매장 내 카드 단말기로 직접 결제해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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