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사상 최고에도 월가 경고…"관세 리스크 과소평가"

일부 기업 '깜짝 실적'에도 냉담…"호재 이미 반영됐다는 신호"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관세 위험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관세율이 향후 미국 기업 이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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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추산에 따르면 미국 수입업체들이 지불하는 평균 관세율은 이미 13%대로,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시행을 8월1일 이후로 유예했지만, 기본관세율 10%를 비롯해 철강,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는 이미 시행 중이다. 또 중국산 수입품에는 한때 145%의 관세를 부과하다 미·중 간 고위급 회담 결과 '관세 휴전'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3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높아진 관세율은 미국 기업들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게 월가의 관측이다. 앨러스테어 핀더 HSBC 수석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관세율 상승이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을 5%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리스크에 더해 뉴욕증시의 평가가치가 역사적 고점에 있다는 점 역시 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대표지수인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배로, 지난 2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PER은 30배에 육박해 25배 근처였던 2000년 IT 버블 정점 시기를 웃돌며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들에 대한 관세율을 최종적으로 어느 수준으로 결정할지와 관계없이 이미 시행 중인 관세만 고려해도 투자자들이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월가의 일부 유력 인사들은 지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 때문에 8월1일이라는 시한까지 관세 수준이 크게 올라갈 위험 또한 여전하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은 지난주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JP모건의 2분기 주당 순이익은 5.24달러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4.48달러)을 크게 웃돌았지만 주가는 실적발표 당일 0.7% 하락했고, '깜짝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도 0.9% 오르는 데 그쳤다. 또 넷플릭스는 2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을 웃돌고 연간 매출 가이던스도 상향했지만 5.1%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시장에 대해 좋은 소식의 대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고, 투자자들이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가혹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렉 테일러 펜더펀드 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 평가가치가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는 모든 호재가 시장에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 놀트 머피앤실베스트 웰스 매니지먼트 시장 전략가도 "지금 시장은 완벽한 기대치를 반영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결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가 나오면 주가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며 "월가에는 지금 '핀을 기다리는 풍선'이 떠다니고 있다. 그 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부정적인 기업 실적 등이 그 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은 하락에 취약한 상태로 향후 20% 이상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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