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경협 회장 "4대 그룹 총수 회장단 복귀 희망…李도 부담 없을 것"

한경협 제주하계포럼 간담회서 밝혀
이재용 대법 선고 다음날 나온 러브콜
"임기 전까지 이뤄야 할 내 사명"
곧 취임 2주년…"윤리위 출범 제일 잘해"
관세 등 韓美 문제엔 "앞으로 2주가 중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들을 향해 회장단 복귀를 재차 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10년간의 사법리스크를 털자, 바로 다음 날 나온 '러브콜'이다.


류진 한경협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류진 한경협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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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의 일환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월에 열리는 총회 때는 4대 그룹 총수들이 회장단에 들어오길 희망한다"며 "이(재용) 회장도 이제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황을 좀 더 봐야겠지만, 모두 함께 상의해서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 임기가 2027년 2월이면 끝나니까 그때까지 (4대 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복귀를) 이뤄내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도 강조했다.

4대 그룹은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2016년 12월 탈퇴한 후 약 8년 만인 지난해 10월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면서 사실상 복귀했다. 하지만 해당 그룹의 총수들은 회장단 합류는 물론, 아직 한경협과 관련된 공식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음 달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 류 회장은 임기 내내 4대 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복귀를 숙원으로 여겨왔다. 한경협이 재계의 맏형이라 불리던 옛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업이기도 하다. 또한 고(故)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자경(LG), 최종현(SK) 등 각 그룹의 선대회장들이 한경협 회장직을 역임하고 선두에서 조직을 이끈 전례가 있는 만큼, 그 바통을 현 총수들도 이어받을 것이란 믿음도 있다. 류 회장이 취임 후 4개월 만인 2023년 12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의 복귀 등을 통해 회장단을 최대 25명까지 늘리겠단 청사진을 과감히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가운데, 이 회장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지금이 복귀를 재차 권할 적기라, 류 회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류진 한경협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류진 한경협 회장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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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총수들의 복귀를 타진할 만큼, 류 회장은 한경협이 전경련 시절의 과오와 논란을 딛고 성공적으로 재기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민적인 신뢰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류 회장은 "한 때 전경련이 남느냐, 없어지느냐 하는 고비에 있었지만, 내 임기 중에 제 자리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류 회장은 "윤리위원회를 만든 것이 내 임기 중 제일 잘한 일"이라고 돌아보며 "과거의 문제가 다신 나오지 않도록, 중요한 현안들은 모두 윤리위를 통과해야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우리 기업들이 불안에 떠는 지금, 한경협이 하반기에 앞장서서 국제협력, 내수 활성화 등을 이뤄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특히 한경협은 오랜 기간 다져온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통상 문제 등을 도우려 한다. 특히 '미국통'으로 평가받는 류 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류 회장은 "누구든 부탁하면 네트워크를 동원해 도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고 지난달 중순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하원 의원 자선야구대회에 가서 미국 의원들을 만나 한미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류 회장은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으로 넘어가 상호관세 등 통상·안보 분야의 현안들을 집중 논의하는 앞으로의 2주가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것을 잘 찾아서 우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좋은 조건을 얻게 되면 '헤드 스타트(유리한 고지를 점하다)'가 되는 것"이라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줄 것은 좀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경청할 줄 아는 리더"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류 회장은 "이 대통령과 나는 동향(경북 안동) 사람"이라고 전하며 "여러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자신의 의사를 밝히며 열심히 일하는 스타일로 보였고, 그래서 이제껏 뵀던 리더분들과는 조금 다르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다만 최근 이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우리 경제를 위해 페이스를 좀 늦추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감사나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추가하기 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상법은 기업들에는 일종의 헌법적인 시스템, 모법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미치는 파장이 막대하다"며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복합적인 위기에 놓여 풍전등화의 상황인데, 이럴 때 상법 개정안 내용이 추가되려는 움직임들이 있어 기업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고 입장을 계속 설명해 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서귀포=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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