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 사례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정 동력 약화를 막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자진 사퇴 대신 지명 철회를 택해 '읍참마속' 식 결단이라는 상징을 내세우면서, 이 후보자 못지않게 부정 여론이 거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부담을 일부 상쇄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후보자는 지명 당시 지역 거점 국립대 최초의 여성 총장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교육 개혁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인사청문회 전후 드러난 각종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가장 큰 논란은 학술 윤리 문제였다. 교수 재직 시절 제자 논문을 표절·가로챘다는 의혹과 동일한 논문을 학술지에 중복 게재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후보자의 연구 윤리와 자질에 의문을 갖게 했다.
또한 자녀 불법 조기 유학 논란도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후보자가 자녀를 미국으로 조기 유학 보내는 과정에서 국내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 정책을 책임질 고위 공직자로서 신뢰성에 흠집이 생긴 것이다. 이 후보자는 해당 법령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러한 해명은 여론의 냉소를 불러와 논란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논문 표절과 자녀 유학 문제로 교육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과 정치적 '우군'이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단체들까지 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지난 16일 청문회에서는 교육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여당 의원으로부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자질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임명권자로서 이 후보자를 직접 지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첫 장관급 낙마자가 나온 만큼 인사 검증 과정의 허점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대통령이 자진 사퇴가 아닌 지명 철회 형식을 선택한 것은 적극적으로 문제 인사를 교체함으로써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로도 읽힐 수 있다. 스스로 천거한 인사임을 고려하면 이 후보자를 과감히 내치는 결단으로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국정 운영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절충안' 택한 李 대통령, 강선우 임명은 강행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강행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강 후보자는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청문회에 임했지만 갑질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과거 보좌진에게 사적인 가사 일을 시키는 등 '보좌관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그 과정에서 해명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거짓 해명 논란까지 겹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이 한창이던 시기에 병원을 방문해 방역 지침을 어기고 특혜를 요구했다는 '병원 갑질'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돼 강 후보자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이 후보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거센 상황이었다. 강 후보자와 같은 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일부도 그녀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설 만큼 내부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이 강 후보자를 끝내 지키기로 한 데에는 여러 현실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강 후보자가 집권 여당의 현역 의원이라는 신분이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급하게 출범한 후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첫 내각에 현역 의원을 잇달아 기용했다. 실제로 1기 내각에만 8명의 여당 의원이 입각할 정도로 '당정 일체'를 통한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도모했는데, 강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이러한 인사 기조에 균열이 생기고 향후 국회의원들의 입각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20일 브리핑을 통해 "국회의원 신분 여부는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결과적으로 강 후보자를 지키는 쪽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은 여권 내 동요를 막고 인사 원칙의 큰 틀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대통령으로서는 복수의 후보까지 포기할 경우 국정 운영의 타격이 더욱 커질 것을 걱정했을 수 있다. 교육부와 여가부 두 장관 후보자를 동시에 철회하면 새 내각 구성이 지연되고, 이는 곧 새 정부의 동력 약화와 직결될 수 있다. 이에 이 후보자를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야당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강 후보자만큼은 임명을 강행해 내각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李 대통령 절충안에 국민의 힘 "국민 눈높이에 대한 정면 도전" 비판
여당인 민주당은 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와 함께 '부적격 인사'로 규정한 강 후보자도 지명 철회해야 한다고 공세를 지속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서 "측근을 감싸고 보은 인사를 하는 것이 이재명식 실용주의 인사냐"고 비판하며, 대통령이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끝까지 보호하고 상대적으로 인연이 적은 인사는 내쳤다고 꼬집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갑질'과 거짓 해명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강 후보자에 대해선 사실상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자 국민 눈높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극진히 모신 강 후보자에게 '현역 의원 첫 낙마'라는 오명을 씌우는 게 두려웠던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충성을 바친 인사는 보호하고, 스스로 추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인사는 '손절'하는 이중적 태도는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먼 측근 보호형 인사 농단"이라고 했다.
특히 박 수석대변인은 "더 심각한 문제는 국회 보좌진과 국민에게 '이 정도 갑질은 참아야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며 "심각한 2차 가해이자 인사 실패를 넘어 국민을 향한 모욕까지 덧씌운 인사 참사"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은 여전히 이 대통령과 여당의 몫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우 정무수석은 "이 대통령은 그동안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 고심에 고심을 계속했고 지난 19일에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그리고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면서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국회에도 신속한 후속 조치를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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