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된 명물 '로빈 후드 나무' 잘랐다가…4년 징역 살게 된 英 남성들

하드리아누스 방벽 훼손 혐의도
수령 200년된 나무 하룻밤 새 잘라

영국에서 '로빈 후드 나무'로 불렸던 명물 나무를 무단으로 벤 30대 남성 2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뉴캐슬 형사법원이 시카모어 갭 나무 및 하드리아누스 방벽 훼손 혐의를 받는 대니얼 그레이엄(39)과 애덤 커러더스(32)에게 징역 4년 3개월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 9월28일 베어져 쓰러진 영국 시카모어 갭 나무의 모습. EPA 연합뉴스

2023년 9월28일 베어져 쓰러진 영국 시카모어 갭 나무의 모습.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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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2023년 9월28일 수명 200년가량으로 추정되는 시카모어 갭 나무를 무단으로 절단한 혐의를 받는다. 잉글랜드 북부 노섬벌랜드에 있는 이 나무는 과거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로마를 통치한 기원후 122년 로마제국 북단 방어를 위해 세운 방벽 옆에 있다. 이 방벽은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이 나무는 방벽을 따라 두 언덕 사이에 서 있는 그림 같은 풍경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91년 케빈 코스트너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의적 로빈후드'에 등장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로빈 후드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 나무는 2016년에는 영국 숲 보호단체 '우드랜드 트러스트'가 주최한 대회에서 '올해의 나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나무는 2023년 9월 하룻밤 새 완전히 절단돼 성벽 위로 넘어간 채로 발견됐다. 친구 사이였던 그레이엄과 커러더스는 같은 해 10월 체포돼 지난해 5월 기소됐다. 소규모 공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레이엄은 기계공인 커러더스가 한 일이라고 주장했고, 커러더스는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와 영상 등에서는 범행 정황이 담긴 증거가 여럿 나왔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로빈 후드' 나무를 벤 혐의를 받는 대니얼 그레이엄(왼쪽)과 애덤 커러더스. AFP 연합뉴스

'로빈 후드' 나무를 벤 혐의를 받는 대니얼 그레이엄(왼쪽)과 애덤 커러더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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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배심원단은 그레이엄과 커러더스가 공모해 나무를 베고 방벽 일부를 훼손해 각각 62만2191파운드(약 11억6000만원)와 1144파운드(약 210만원) 상당의 손해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이날 양형에 대해 크리스티나 램버트 판사는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이들에게 높은 수준의 형량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영국 문화유산 관리단체 내셔널 트러스트는 나무 잔해와 씨앗을 옮겨 심어 보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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