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연인을 가장해 주식 투자 등을 미끼로 수십억원을 갈취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경기 고양과 파주, 서울 마포, 부산, 경북 울진 등 전국 곳곳에서 40~50대 여성들과 연인 관계를 맺은 뒤 주식·부동산 투자를 명목으로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고급 외제차와 명품 의류 등으로 자신을 재력가로 위장한 뒤, 지역 커뮤니티나 유흥업소 등에서 홀로 사는 여성들과 접근해 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동거를 하며 투자 명목으로 여성들의 명의 계좌와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돈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다수의 피해 여성과 동시에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투자금 명목의 자금을 받아 다른 피해자에게 이체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설득했으며, 일부 피해자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피해자에게서 받은 돈으로 이를 갚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를 했다.
A씨의 사기 행각은 이달 7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딸이 남자친구에게 납치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40대 여성 B씨의 행방을 추적한 끝에 그가 A씨와 경북 구미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미경찰서와 공조해 10일 오후 6시 15분쯤 이들을 발견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납치된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따라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연인 관계를 이용한 사기로 수십 건의 고소가 접수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A씨는 B씨에게도 결혼을 전제로 허위 아파트 매물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었고, 그의 부모 명의 계좌로 1억2000만원을 송금하게 해 가로챘다. 이 자금으로 또 다른 피해자인 파주시 여성(피해액 5억5000만원)에게 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교제 중에도 또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잠적과 재등장을 반복해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9명, 피해 규모는 수십억 원대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 중 일부는 A씨가 체포될 때까지 그의 본명조차 알지 못했다"며 "구속 송치 후에도 관련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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