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를 덮친 극한 호우에 침수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빗물에 휩쓸린 노인을 구한 한 시민의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연합뉴스는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최승일씨(54)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 17일 오후 5시께 광주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근 하천 둑이 무너졌고, 최씨의 가게 앞은 물이 차올랐다. 최씨는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과 모래주머니를 쌓다가 멀리서 물살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한 할아버지가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왔다가 맨홀 구멍에 두 다리가 빠진 채 물살에 갇혀있었다.
최씨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주저 없이 거친 물살로 뛰어들었다. 그는 가까스로 할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힘으로 빼내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씨는 "(할아버지의) 몸을 빼려고 해도 다리가 아스콘 같은 것에 걸려 있어 도무지 빠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얼굴까지 물에 잠기고 있어서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며 "먼저 숨이라도 쉬게끔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주변에 있던 나무판자를 발견했고, 근처에 있던 직원들에게 "가져와 달라"라고 외쳤다. 최씨와 직원들은 넓은 나무판자로 잠시 물길을 돌려 할아버지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어 최씨의 공업사에서 사용하던 도구를 이용해 다리를 빼내려 할 즈음 차 한 대가 빗물을 타고 점점 최씨 쪽으로 다가왔다. 자칫 최씨마저 위험할뻔한 상황이었지만, 직원들이 온 힘을 다해 차량을 멈춰 세워 구조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씨는 "공업사도 운영하고 운동도 좋아해서 힘이 좋은 편인데도 당시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며 "차량이 떠내려올 때는 '내가 이러다 같이 죽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할아버지를 놓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온갖 밀려오는 쓰레기나 타이어 등에 부딪히면서 상처를 입고 중간중간 힘이 빠지는 등의 일이 있었지만, 20여분간의 사투 끝에 결국 할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의식과 호흡은 멀쩡했다. 최씨와 직원들은 할아버지를 공업사 사무실로 데려가 안정을 찾게 한 뒤 119 구급대에 인계했다.
다음날 구조된 할아버지의 가족이 직접 공업사를 찾아와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최씨는 "할아버지가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다. 가족들한테서 감사 인사를 받을 때 왠지 쑥스럽게 느껴졌다"면서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났어도 똑같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무모하게 나선 것 같았는데 함께 구조를 도와준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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