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갑자기 곰이랑 마주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죽은 척이라도 해야 하나, 도망가야 하나 판단이 잘 안 설 것 같은데요. 일상에서 벌어질 일도 적고 우리나라 뉴스에서는 자주 보도되지도 않는 일이죠. 그러나 최근 일본은 여자 골프 대회가 곰 출몰로 무관중 개최로 전환되는 등 곰 관련 뉴스가 매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름철 곰 주의보가 내려진 일본의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지난 12일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신문을 배달하던 50대 남성이 곰에 습격당해 사망했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새벽에 집 밖에 고함이 들려 나가보니 곰이 사람을 덮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소리를 내어 쫓아내려고 해도 곰이 나가지를 않고, 경찰에 '곰이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고 신고하는 사이 곰이 남성을 끌고 달아나버렸는데요. 출동한 경찰이 수색했는데, 인근 수풀에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있던 50대 남성을 발견하게 되죠. 신문 배달원으로 사인은 곰의 공격으로 인한 출혈성 쇼크였습니다.
심지어 남성이 습격당한 장소는 주택과 양로원이 들어선 일반적인 주택가였기 때문에 더 파장이 일었는데요. 정작 공격한 곰은 현장을 떠나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에 홋카이도는 해당 지역에 '곰 경보'를 발령하고 이른 오전이나 밤의 외출 자제, 외부에 음식물 쓰레기 배출 자제 등을 당부했습니다.
홋카이도에서는 특히 곰 출몰과 피해 사례가 매년 발생하는데요. 지역 언론들은 이 시기 뉴스로 '곰 속보'를 보도합니다. 제목 앞에 괄호로 '속보'를 넣듯 '곰 속보(ヒグマ速報)'를 넣는데요. 곰 목격이나 피해 소식을 속보로 빠르게 보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가령 어느 마을에서 오후 2시 60대 남성이 거실 유리창 너머로 곰이 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아직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등의 내용을 보도합니다.
곰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4일 이와테현에서는 곰이 민가를 습격해 80대 여성이 사망했습니다. 또 같은 달 15일에는 나라현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빨래를 널다 집까지 들어온 새끼 곰에게 얼굴을 습격당해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곰이 목격되기만 해도 일대에 비상이 걸립니다. 미야기현에서 지난 17일 개최 예정이었던 일본 여자골프대회는 전날 곰이 목격되면서 결국 무관중 개최로 방식을 변경해야 했는데요.
그렇다면 왜 이런 피해가 자꾸 발생하는 것일까요? 일본 언론은 교수 인터뷰를 통해 이를 분석했는데요. 원인에는 부쩍 더워진 여름 기온이 있습니다. 여름 기온이 올라가면서 풀이 마르고, 산에 먹이가 줄어들면서 일부 개체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까지 먹이를 구하러 내려온 것이라는데요.
이렇게 되면서 새끼를 데리고 인가까지 내려오는 곰들이 재작년부터 늘어났었다고 해요. 새끼 곰이 여름에 가축 사료나 길거리 음식을 먹는 등의 일도 빈번했다는데요. 이렇게 인간에게 익숙해진 새끼 곰이 성체가 되어 부모를 떠나는 때가 7월부터라고 합니다. 독립한 개체가 자연스럽게 마을로 내려오고, 여기에 자신이 사냥한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 곰의 습성이 더해지니 공격하는 횟수도 빈번해졌다는 분석인데요.
그래서 야마우치 키요시 이와테대 교수는 "새끼 곰은 마을 주변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인간의 생활 소음이나 차 소리에도 매우 둔감하며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건물 안에 맛있는 것이 있다,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기후 변화로 여름에 곰이 살 곳이 점차 줄어들고, 사람들이 살 곳은 넓어져 가니 발생한 문제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혹시 곰을 마주쳤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눈치채지 못하게 떠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곰이 다가온다면 인간이라는 것을 모르고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바위나 나무 등에 올라가 크게 팔을 흔들어 인간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까워졌다고 하더라도 달려서 도망간다거나, 큰 소리를 지르면 놀란 곰을 겁먹게 해 방어적인 공격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합니다. 곰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천천히 거리를 벌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곰 퇴치 스프레이도 있는데, 이것은 정말 곰이 돌진해 오거나 3~4m로 매우 근접했을 때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고 해요.
그리고 새끼 곰의 경우 부모가 근처에 반드시 있으니, 귀엽다고 접근했다가는 부모가 돌진해올 가능성이 크니 절대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습격당했다면 엎드려서 얼굴과 복부를 보호하고, 손을 깍지 낀 상태로 목덜미에 올려 방어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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