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5년간 40조원을 쏟아붓는 배전망 장기 투자계획을 다음 달 발표한다. 배전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가정과 산업현장으로 전달하는 전력 공급의 마지막 단계다. AI 확산과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전망을 강화하기로 한 건데 초고압 변압기에 이어 전력 설비 업계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르면 다음 달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 근거한 첫 장기 배전망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장기 배전 계획은 7월 중 이사회 승인과 8월 산업통상자원부 보고 후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산에너지법은 배전사업자(한전)가 분산 에너지 수용에 필요한 배전망 증설 계획 및 운영 계획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돼 있다. 올해에는 2028년까지 5년간 배전망 증설 계획을 담을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계획을 포함해 향후 15년간 배전망 확충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40조~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2024~2038년)에서 송·변전망에 73조원의 투자를 예상했는데 배전망 투자 역시 이에 비례해 늘어날 것"이라며 "최소 40조원 이상 규모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력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으로 향후 투자비가 50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5개년 배전망 계획에만 수조 원의 투자가 예상된다.
대규모 배전망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기 사용 자체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술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이 급증하면서 더 많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망이 필요해졌다. 기존과 달리 전기를 생산지 가까이에서 소비하는 구조로 전환하면 송전 부담을 줄이고 지역별 수급 불균형과 전기요금 격차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 중 40메가와트(㎿) 이하 규모는 송전망이 아닌 22.9킬로볼트(㎸) 배전망에 연결돼 전기를 보낸다. 이런 설비가 늘수록 배전망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바로 소비하는 '지산지소' 방식이 확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직류(DC) 전기를 쓰는 장치가 늘고 대규모 DC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배전망을 직류 방식으로 바꿔야 하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선과 전력 기자재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이에 따른 DC 부하의 증가, 분산에너지법 시행으로 DC 배전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역시 "관련 수요 증가는 물론이고 규격 수립도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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