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흔들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비판했다. 그는 Fed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고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장기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월스트리트 위크'에 출연해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지지하는 주류 경제학자는 어디에도 없다"며 "그런 조치는 경제에 일시적인 호황을 불러올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로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심리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Fed와 갈등을 빚으며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거듭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Fed 개보수 비용이 초기 계획보다 7억달러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그(파월 의장)가 Fed에서 하고 있는 일의 '사기(fraud)' 때문에 많은 사람은 그가 경질돼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저녁 공화당 하원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파월 의장 해임을 위한 서한 초안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Fed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4.25~4.50% 수준에서 동결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Fed 당국자들은 고율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서 "Fed는 금리를 3%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내년 5월 임기 만료 시까지 해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임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즉각적이고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며 "금융 시장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이 그로 인해 발생할 위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조합이 미 경제에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예산 적자가 장기 차입 비용을 끌어올리면 다시 정부의 이자 부담을 늘려 예산 적자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
그는 채권 수익률과 달러 약세가 미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또 관세 인상의 인플레이션 효과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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