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과 성관계 후 164억 뜯어내"…초대형 스캔들에 불교의 나라 발칵

스캔들에 다수의 고승 연루돼
민심 동요에 태국 국왕까지 나서
승려 9명 승적 즉각 박탈도

인구 90%가 불교를 믿는 태국에서 유명 사찰 주지를 비롯한 다수의 고승(高僧)이 연루된 성 추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스 골프'라는 별명을 가진 여성이 고위 승려 10여 명과 성관계를 맺으며 3년 동안 3억8500만밧(164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불교를 정신적 기반으로 신봉해온 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상좌부 불교를 믿는 태국 불교의 계율은 대승 불교 전통의 한국·중국·일본보다 훨씬 강해 승려는 철저히 독신 생활을 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EPA·연합뉴스

상좌부 불교를 믿는 태국 불교의 계율은 대승 불교 전통의 한국·중국·일본보다 훨씬 강해 승려는 철저히 독신 생활을 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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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방콕포스트 등 외신은 태국 경찰이 전날 태국 중부 논타부리 주의 한 고급주택 단지에 사는 윌라완 엠사와트(35)를 갈취 및 자금 세탁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태국 경찰은 방콕의 한 유명 사찰 주지가 돌연 잠적했다는 첩보를 듣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이 주지는 윌라완과 내연 관계였다. 윌라완은 자신이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780만밧(약 3억3400만원)을 요구했다. 주지가 이를 거절하자 윌라완은 다른 승려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주지는 라오스로 도피했다.


태국 경찰은 압수한 윌라완의 휴대전화 5대엔 윌라완이 9명의 사찰 주지 등 고승과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과 사진 등 8만 건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승복을 입은 채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윌라완은 경찰 조사에서 "승려 대부분이 금품 요구에 순순히 응했고, 유혹하기도 쉬웠다"고 진술했다. 태국 경찰은 윌라완이 '돈을 주지 않으면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상당한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윌라완과 관계를 맺은 승려 중 9명의 승적은 즉각 박탈됐다.

정치권과 태국 국왕까지 사태 진화 나서
인구 90%가 불교를 믿는 태국.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인구 90%가 불교를 믿는 태국.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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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좌부 불교를 믿는 태국 불교의 계율은 대승 불교 전통의 한국·중국·일본보다 훨씬 강하다. 승려는 철저히 독신 생활을 해야 한다. 심지어 승려 본인의 어머니·할머니가 건네주는 음식이나 약품을 만지는 행위마저 부정하다고 간주할 정도다. 이렇듯 태국에선 대중에게 존경받는 계층인 승려들의 뇌물과 성 추문 스캔들에 민심이 크게 동요하자 태국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프탐 웨차야차이 총리 대행은 사찰 재정 투명성 확보를 포함해 승려의 법적 책임 강화와 사찰 규제 재정비를 지시했다. 경찰은 '일탈 승려'를 제보할 수 있는 페이스북 전용 페이지를 개설했다. 태국 당국은 승려 30만명의 신원과 범죄 전력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치권과 태국 국왕까지 사태 진화에 나섰다. 태국 국회는 '승려와의 성관계'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법률 입안에 착수했다. 태국 국왕 라마 10세는 승려 81명의 왕실 직위와 예우 경칭을 박탈하는 칙령까지 내렸다.


영국 더타임스는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승려들의 스캔들은 드물지 않지만, 이번 사건은 연루된 승려들의 연륜을 봤을 때 이례적"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 방콕포스트는 불교계에 "최고위층 승려들의 거짓말과 위선이 드러났다"며, "승려들의 도덕적 타락이 명백한데도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승려들은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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