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최근 대통령실에 신설된 하정우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을 찾는 대학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NAVER ) 출신인 하 수석이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현장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로서 국가 AI 밑그림을 그리는 만큼 AI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 지원을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최근 AI 최강국 미국으로 국내 AI 인재 유출이 이어지면서 핵심 인재를 수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서울대 유홍림 총장은 최근 하 수석과 만나 AI 단과대학 신설 추진과 인재 양성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단과대학 설립은 카이스트(KAIST) 등 대학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 세계 AI 열풍으로 컴퓨터공학과 등 인기가 올라가고 있지만 입학정원이 법으로 묶여있다 보니 각 대학은 앞다퉈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제는 '이름만 다른' 유사 전공이 학부와 대학원에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만 하더라도 폭증하는 학생 수요로 인한 강의실 부족을 감당하지 못해 올가을 학기부터는 현장 강의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환한다.
복수의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AI 열풍으로 3700명 학생 중 컴퓨터공학 관련 전공을 원하는 학생이 6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폭증했다. 하지만 강의실뿐만 아니라 교수, 시설 등 인프라는 이를 못 따라가는 실정이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AI 연구 최전선에 있는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제희 교수는 "AI 교육을 위해서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 교육과 핵심 파트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코어 파트가 모두 필요한데 현재는 각 조직이 쪼개지고 흩어져 있어 이를 통합하는 작업이 과제"라면서 "정부의 AI 양성 플랜에는 이 같은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할 수 있는 지원책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유사 학과 난립으로 역량이 제각각 분산되면서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부 대학교에서는 AI 유사 학과와 대학원을 계속 양성하는데 정부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한 편법이자 꼼수란 지적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도 현장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온다. 전날 취임한 배경훈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이공계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한 질문에 "우수 인재를 모으기 위해 단순히 연봉만 높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이공계 인재들이 몰리려면 제대로 된 연구환경과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내 인재도 함께 성장하고, 이들이 장기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I 실행, 혁신, 투자 등을 고려한 글로벌 AI 지수에서 종합 6위로 가능성을 보였다"면서 "정부가 AI 중심대학 추진 등 AI 분야 최고급 인재 양성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학계와 산업계 인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인재 양성 방안도 수립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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