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을 조심해서 밟아야 합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 트랙에서 비야디(BYD)의 전기 세단 모델 '씰(SEAL)'에 오르자 관계자는 대뜸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전날부터 쏟아진 폭우를 염려해서 안전을 환기하는 말로 여겼는데요. 주행을 시작하자 차가 밟는 대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단순한 주의는 아니었다고 깨닫게 됐습니다. 중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BYD의 기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씰은 이르면 오는 8월부터 국내 소비자에게 인도될 예정입니다. 현재 친환경 보조금 산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아토3에 이른 국내 두번째 출시 모델입니다. 가격경쟁력과 전기차 기술력을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BYD. 높은 관심이 판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씰을 타고 트랙과 도로를 달려봤습니다.
씰은 전장 4800mm, 전폭 1875mm, 전고 1460mm로, 현대차 '아이오닉 6'(전장 4855mm, 전폭 1880mm, 전고 1495mm) 보다 조금 작은 전기 세단입니다. 외관은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반영됐습니다. 파도를 닮은 물결형 리플 램프나 수평선에서 착안한 후면 LED 테일라이트가 차에 입체감과 개성을 부여합니다.
BYD가 개발한 'e-플랫폼 3.0'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낮은 차체와 유선형 디자인으로 공기저항계수 0.219 Cd를 달성했습니다.
특히, BYD 최초 '셀투바디(Cell-to-Body)' 기술을 적용한 모델로, 낮은 공기 저항계수는 물론 높은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습니다. 충돌 시 에너지를 분산해주며, 소음·진동(NVH)을 감소해줍니다. 다만 큰 삼각형 헤드라이트가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데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운전석에 10.25인치 TFT LCD 클러스터, 중앙부에 12.8인치 회전식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가로나 세로로 디스플레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는데, 내비게이션이나 멀티미디어, 공조시스템까지 통합해서 운전 중에 조작하기는 불편해 보였습니다.
트랙에서 보여준 성능은 여러 단점을 만회할 정도였습니다. 순간 반응성이 뛰어나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어느새 속도계는 시속 120km를 넘었습니다. 엔진 소리가 나지 않으니 얼마나 가속을 하고 있는지 잘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씰은 전후방 차축에 각각 다른 성능의 2개의 모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앞바퀴에는 160kW, 뒷바퀴에는 230kW의 동력을 전달해 최대 390kW(530PS)의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불과 3.8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한다고 합니다. 또 타공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브레이크가 기본으로 적용, 빗길에서도 뛰어난 제동성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도로 주행에서 셀투바디 모델이어선지 하체가 딱딱하고 지면의 요철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해져 부드러운 승차감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뒷좌석에도 앉아봤는데 성인 남성 3명도 거뜬히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기본 적용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때문에 시야가 탁 트여 답답함도 덜했습니다.
씰의 판매가는 4690만원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됩니다. 테슬라 모델 3와 아이오닉 6이 강세를 보이는 전기차 세단 시장에서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극복해야 하는 과제인데요. 세계적으로 검증된 기술력을 믿는다면 씰이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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