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차례나"…대만 대학여자축구선수들 '강제 채혈' 논란

감독이 박사 논문 작성 위해 채혈 요구
'졸업 필수 32학점' 압박하며 강요도

대만에서 국립사범대 여자축구팀 감독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대학생 축구선수들에게 '강제 채혈'을 해 논란이다.


17일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천페이위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과 인문교육기금회는 지난 15일 입법원(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국립사범대 여자축구팀 저우타이잉(63) 감독의 관련 만행을 폭로했다.

대만 국립사범대 여자축구팀 선수 등 관계자가 강제채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대만중앙통신사 캡처, 연합뉴스

대만 국립사범대 여자축구팀 선수 등 관계자가 강제채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대만중앙통신사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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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 감독은 2024년 하반기에 취득한 자신의 박사논문 작성을 위해 2018년부터 소속 선수들에게 채혈 압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해당 선수들에게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의 운동과학연구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하면서 14일 연속 매일 3차례 채혈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채혈을 거부하는 선수에게는 졸업 필수 이수학점(32학점)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팀을 떠나라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피해 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32학점을 200여개의 채혈관과 맞바꾼 셈"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채혈은 의료 교육을 받지 않은 팀 관계자가 수행했으며, 서면 동의도 혈액 채취 후에 받는 등 절차적 문제까지 이어졌다.


저우 감독은 지난해 12월에도 관련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당시 사범대 괴롭힘방지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관해 조사를 실시한 뒤 저우 감독의 해임과 2년간 재임용 불가를 제안했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학과 교사평가심의위원회는 저우 감독이 반성한다는 점을 고려해 해임이 아닌 경징계를 내렸다.

이번에 재차 관련 사안이 불거지자 대만 사범대 우정지 총장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면서 2주 이내에 관련자 징계 및 처벌을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사범대 괴롭힘방지위원회는 이 사건을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저우 감독을 해임 조치했다. 또 혈액 샘플은 모두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도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NSTC에 해당 프로젝트의 중단과 전면 검토 및 유사 사건 재발 방지에 노력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범대에 110만 대만달러(약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3개월 내 개선책을 보고하도록 했다. 대만 검찰은 해당 사건 조사에 착수해, 조만간 저우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 감독은 대만 여자축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독일과 일본의 프로축구 클럽에서 선수로 활약한 적이 있는 '대만 여자 축구의 전설'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05년부터 국립사범대의 여자축구팀 감독을 맡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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