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 여름휴가는 '조용히'…휴가지에선 이것 읽습니다

휴가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짧게
조직 소통·자기 계발·AI·시니어산업 분야 도서 추천

본격적인 휴가 시즌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주요 금융권 수장들은 올여름 '조용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상당수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짬을 내 휴식을 취하거나,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반기 최대 실적에도 향후 대내외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인공지능(AI)·시니어산업 등 미래 먹거리와 조직 소통을 강조하는 책을 본인이 직접 읽거나 임직원에게 추천했다.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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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의 여름휴가 트렌드는 '조용히, 짧게'다. 여름에도 대부분 일정이 빼곡해 일주일 이상 긴 호흡으로 휴가를 다녀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정이 빌 때 서울 근교 등에서 잠깐 쉬고 오는 식이 될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외부에도 잘 알리지 않고 조용히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직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CEO도 있다.

평소 애서가(愛書家)로 알려진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휴가지에서 읽을 책으로 2~3권을 추천했다. 이 중 하나가 35년간 제일기획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이끌고, 이후 프로농구 단장을 역임한 김재산 마스터의 '프로이즘'이다. 프로이즘은 '프로 정신'의 줄임말로, 책에는 급변하는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프로의 자격과 훈련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진 회장은 "프로라는 개념을 단순히 기술적 역량이나 자격이 아닌 일에 대한 태도로 정의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 책은 지난 3월 그룹사 CEO들의 독서토론 모임인 '삼선세션'에서도 다룰 만큼 애정을 갖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파나소닉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일과 성공의 길을 묻다'를 추천했다. 함 회장은 "어린시절 가난과 질병이란 고난을 딛고 일본 최고의 기업을 창업해 경영의 신으로 불린 저자의 깊은 통찰이 담겼다"며 "진정한 성공의 원천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왼쪽부터)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왼쪽부터)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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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각각 AI, 시니어 산업을 주제로 한 책을 추천했다. 행장들의 최근 관심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 행장의 추천 도서는 이선 몰릭의 '듀얼 브레인'이다. 정 행장은 "최근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게 됐다"며 "AI 활용에 대한 단순한 방법론보다 생성형 AI와 협업해 공존하는 것에 대한 본질적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인상 깊은 구절로 '많은 사람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실은, 바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AI가 앞으로 사용할 최악(가장 시대에 뒤처진)의 AI가 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 행장은 김영선의 '에이지테크'를 선택했다. 이 책은 시니어 산업 분야의 전문가이자 경희대 에이지테크 연구소장인 김영선 교수가 그간의 연구성과를 정리한 서적이다. 시니어 소비자의 변화된 특성을 소개하고 시니어 산업의 혁신 방향이 책에 담겼다. 이 행장은 "이 책을 통해 시니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과 기회의 장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며 "초고령화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초역 삼국지-4050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삼국지'(허우범)를 휴가철 도서로 추천했다. 그는 "삼국지 영웅 서사를 오늘날 우리의 인생 또는 기업과 연결지은 책"이라며 "새로운 변화를 맞는 기업의 여정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추천한 도서는 론 카루치의 '정직한 조직'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네이발렌트의 공동설립자인 론 카루치가 15년 이상 30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수백건의 기업 자문 사례를 바탕으로 정직한 조직을 만드는 세 가지 조건과 리더의 실행원칙을 제시했다. 강 행장은 "정직은 근육이다. 능숙해지려면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책의 방향이 인상 깊었다"며 "정직이라는 근육을 단련해 조직 구성원들과 멈추지 않고 성장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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