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전용 저금리 상품출시 건의에 카드·캐피털사 당혹

17일 금융위 간담회에서 건의
고객 신용도·조달비용 등 부담
전통시장 특화카드 대체재 발굴
개인사업자 대환대출 확대는 환영

정부와의 대화에서 소상공인들이 전용 저금리 상품 출시를 건의하자 카드, 캐피털사들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리는 고객들의 신용도(신용점수)가 낮은 데다 카드업권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선 하향 조정 등으로 수익성 방어, 조달비용 마련이 어려워져서다. 전통시장 특화카드 등 연관 상품을 개발하고 기존 상품의 할인, 무이자할부 등을 늘리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좌측 상단)이 17일 서울 마포구 소상공인연합회 디지털교육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좌측 상단)이 17일 서울 마포구 소상공인연합회 디지털교육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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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서울 마포구 소공연에서 개최한 '소상공인 금융애로 현장소통·해결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전용 저금리 카드·캐피털 상품 출시와 카드수수료 인하 요청이 나왔다. 이에 대해 카드·캐피털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현장에서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으나 다른 안에 관해서는 고려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했다. 정 협회장은 "품목별 수수료 구분의 어려움, 재정당국과의 협의 필요 등으로 카드수수료 부담 조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소상공인 상생금융을 위해 카드업계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는 불가하고 소상공인 저금리 상품 출시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최근 정치권과 당국이 검토 중인 채무조정 대상자 소액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한 체크카드 발급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소상공인 관련 상품은 월 최대 7만원을 환급해주는 KB국민카드의 '사장님 든든 카드', 0.2% 금리우대 서비스를 탑재한 현대카드· 카카오뱅크 의 '카카오뱅크 비즈니스 현대카드' 정도다.


우선 카드사들이 고객의 신용점수를 봐가면서 중금리대출 한도와 금리를 다르게 적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용 저금리 상품 출시는 쉽지 않다. 은행 적금처럼 특정 계층(소상공인) 전용 특정 금리(최소 연 몇 %)를 장담하는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카드사들의 중금리대출 조달금리 상한이 최근 상반기 대비 0.06%포인트 낮아진 12.33%로 떨어진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카드사의 자금 조달 창구인 카드채 금리도 3%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서 조달비 마련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카드사들이 실제로 발행한 잔존만기 3년~5년미만 카드채 표면이율(신용등급 AA+~AA-)은 2.790~2.957%다. 연초 3%대보다는 낮아졌으나 카드사들은 조달금리가 여전히 높다고 본다.


설령 소상공인의 건의에 따라 '역마진' 우려가 큰 저금리 상품을 출시하기로 카드사가 결정해도 금융감독원이 약관 신청 과정에서 불허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상공인 저금리 상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대되고 금융감독당국이 상품 출시를 독려하는 신호를 따로 주지 않는 이상 관련 신상품을 출시하려 하는 카드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금융으로 손실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 이상 역마진 우려가 큰 저금리 신상품을 내놓는다는 건 현실성이 낮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대신 일부 카드사는 전통시장 특화 카드 같은 대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서 지난 1월23일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와 함께 영등포의 한 전통시장에 방문해 최 대표에게 전통시장 특화 카드 개발을 독려했다. 사실상 카드업권 전체에 메시지를 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지난달 30일 KB국민카드가 월 최대 3만원을 깎아주는 '전통시장 온누리카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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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사들도 소상공인 저금리 상품을 비롯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고객 자동차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할부 상품 저금리 대출 이벤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8일부터 현대자동차와 함께 제네시스 주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종 특별 금융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최장 60개월 연 2.9%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프로모션의 골자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지금도 웬만한 신용대출 상품 금리보다 자동차할부 상품 금리가 더 낮은 만큼 서민금융과 관련해 별도로 준비하는 상품은 없다"고 했다.


카드·캐피털·핀테크 등 2금융권은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을 위해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개인사업자용 마이데이터, 상권·업종·금융분석 정보 제공 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환영했다.


지난달 19일 금융위는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르면 10월 중(4분기) 개인사업자를 대환대출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전날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개인사업자 대환대출 확대를 비롯한 '금리경감 3종세트'를 검토하고,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확대와 상권·업종·금융분석 정보 제공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직장인과 달리 비대면 금융심사에 필요한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 대안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는 심사가 어려울 지경"이라며 "마이데이터 확대에 더해 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 전수조사를 통해 데이터 인프라를 만들어주면 비대면 금융 서비스 산업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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