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 등이 이뤄지지 않아 학교 입학은 물론 병원 진료, 예방접종 등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아동 등을 위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 방안이 추진된다. 국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에게 출생등록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17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출생신고를 못해 제도권 바깥에 있는 외국인 아동 등의 보호를 위한 '가족관계등록법'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은 4025명에 이르는데, 임 의원실은 집계되지 않은 규모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외국인 아이들은 사회보험과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신분 증명이 어려워 학교 입학, 병원 진료, 예방접종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는 것이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보니 학대나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도 높다.
임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선다. 먼저 가족관계등록법에 출생등록 대상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정하는 현행법에 외국인의 출생신고 특례를 두도록 했다. 부모의 본국 대사관이 없거나, 체류자격이 없어 본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에 예외 조항을 두도록 했다. 출생신고 담당 공무원이 부모의 체류자격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현행법에 따른 통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둬,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은 부모의 본국에 출생신고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부모의 체류자격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신분이 드러날 것을 염려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가 있어 이를 보완하도록 한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바라카 작은도서관 김기학 대표는 "출생등록을 위한 서류 절차와 비용은 외국인 가정에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출생미등록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통합과 인권 존중을 위한 보편적 과제다"라고 밝혔다. 임 의원 역시도 이같은 제도 정비는 이미 우리 정부가 비준한 '유엔(UN)아동권리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협약에는 모든 아동에 대해 출생 직후 등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임 의원은 "19대 국회부터 관련 입법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당시 미등록되었던 아동은 미등록 청소년,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시간보다 국회의 제도적 대응이 더디기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의원실은 이런 제도 정비가 외국인 아동들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부모의 국적에 따라 자녀의 국적을 부여하는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신고와 국적 취득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