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핵심 인재 영입을 위해 전 세계가 쟁탈전에 나선 가운데 국내 AI 인력 유출을 막고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과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IT 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AI 인재 유입국이 된 일본은 '특별고도인재제도(J-Skip)'를 통해 일정 학력·경력, 소득 조건을 갖춘 해외 우수 인재에게 우대 조치를 하고 있다. 배우자 취업, 가사도우미 고용, 영주권 요건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해 고급 인력의 유입을 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1만명당 AI 기술 보유자 0.3명이 해외로 순유출된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순유입 0.54명을 기록했다.
법무부는 지난 4월 첨단 분야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탑티어 비자' 제도를 시행했지만 세계 대학 순위 100위 이내의 석·박사 학위 취득자여야 하는 등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석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가별 우수 인재 현황을 분야별로 파악해 국내 수요와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해외 인재를 위한 영재고·과학고 특별 전형을 확대해 장기 거주를 지원하고, 숙련된 기술자 유입을 위한 이중국적 허용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지원책 외에도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AI 인재 확보에 나서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경영 방식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 하나는 유망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핵심 인력을 데려오는 '애크하이어'(Acq-hire, 인수 고용) 전략이다.
일례로 구글은 최근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의 최고경영자(CEO) 바룬 모한과 공동 창업자 더글러스 첸 등 주요 연구자를 영입했다. 회사 지분을 인수하거나 경영을 통제하지 않고 소규모 직원 그룹을 구글 딥마인드 일원으로 채용하되 윈드서프 기술 일부를 라이선스 형태로 확보했다. 최근 AI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는 메타는 AI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합류시켰다. 아마존에서도 지난해 영입한 AI 스타트업 '어뎁트'의 창업자 데이비드 루안이 현재 아마존 내 범용인공지능(AGI)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빅테크들이 인재들을 휩쓸어가는 요인이 꼭 '돈'뿐만은 아니다"며 "최첨단 AI 연구 환경이 마련된 선도기업에서 도전적인 과제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 AI 전환(AX) 기업들은 AI 기술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막상 비즈니스 내에 흡수시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부문은 아직 적다"며 "AI 생태계 구축이 안 된 채 단면만 보고 고급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접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원하는 AI 인재들의 역량과 실제 AI 인재들이 보유한 역량 간 괴리를 좁히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AI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국내 인재들의 기술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AI 서비스 개발자는 "최근 AI 트렌드가 에이전틱 AI나 피지컬 AI로 빠르게 옮겨가는 반면, 국내 AI 인재들은 '거대언어모델(LLM) 붐'이라고 할 정도로 모델 개발에만 몰리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MLOps나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처럼 특화된 기술 개발이 가능한 인재나 컴퓨터공학 이외에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인재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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