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광주와 전남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8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빗줄기에 시야가 흐려졌고, 도로 위 차들은 일제히 속도를 줄였다. 일부 트럭 운전사는 창문을 열고 백미러를 손으로 닦았고, 와이퍼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20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택시 기사는 "이 정도 비는 익숙해도 앞이 안 보이면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동시장 인근 도로는 비에 젖은 채 흐릿한 윤곽만 드러냈다. 우산을 쓴 시민들이 각자의 속도로 발걸음을 옮겼고, 일부는 인도를 벗어나 차도 쪽으로 비켜 서 있었다. 택시 호출 앱을 켠 시민은 연거푸 화면을 들여다보며 "계속 취소된다"고 말했다. 우산 아래 어깨와 바짓단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시장 입구 근처에서는 배달노동자가 방수복을 입고 리어카를 밀며 이동하고 있었다. 골목 안쪽에서는 장화를 신지 않은 이륜차 배달 기사가 빗길을 달렸다. 도로에 고인 물은 차량 바퀴에 튀어 벽면을 적셨고, 버스는 물웅덩이를 가르며 지나갔다.
광주천 수위는 빠르게 상승했다. 시장 인근 산책로는 이미 오전부터 통제됐으며, 하천의 물은 인도 경계를 넘어 차도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벤치와 운동기구는 물에 잠겼고, 둑 아래로는 흙탕물이 거세게 밀려들었다.
영산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0분 기준 수위는 유촌교 4.10m, 풍영정천2교 3.69m, 삼지교 1.75m로, 모두 계획홍수위의 60%를 넘겼다.
소방 당국은 침수 위험 구간 교차로에서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방재 차량은 우려 지역을 순회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안전안내문자는 오전 내내 시내 곳곳으로 발송됐다. 광주 서구는 서창천 인근 주민들에게 사전 대피를 권고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호우경보 발효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광주전역에서 도로 87곳과 건물 38채가 침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는 추가 피해에 대비해 각 자치구와 합동으로 배수지원과 순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비로 인한 광주와 전남 지역의 인명 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로 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광주 북구의 한 고등학교는 오전 한때 정전으로 긴급 하교를 결정했으며, 인접 초등학교도 조기 하교를 검토했으나 곧바로 전력 복구가 이뤄져 정상 수업을 이어갔다.
항공과 철도 운행도 영향을 받았다. 광주에서 김포로 가는 여객기와 김포발 광주행 여객기 각 1편이 결항했고, 제주행 항공편 3편은 지연 운항했다. 용산발 광주·목포행 열차 3편, 광주발 용산행 열차 2편 등 총 5편의 열차 운행이 멈췄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일부 고속열차도 지연됐다.
현재 광주천 유촌교를 비롯한 주요 하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20~80mm, 많은 곳은 10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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