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거품 경계령…"AI 버블, 과거 IT 버블보다 심각"

"시총 상위 10개 주식 PER, IT 버블 정점보다 고평가"

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버블이 과거 정보기술(IT) 버블보다 심각하다는 월가의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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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1990년대 IT 버블과 현 AI 버블의 차이점을 들자면, 현재 뉴욕증시 시총 상위 10개 기업이 1990년대 상위 10개 기업보다 더 고평가됐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슬록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뉴욕증시 상위 10개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에 육박, 25배 근처였던 2000년 IT 버블 정점 시기를 웃돌았다.


슬록 이코노미스트의 이 같은 지적은 미국 증시가 관세 불확실성 등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2년여간 뉴욕증시 강세장은 'AI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를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이끌어왔다. 특히 AI 반도체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는 전 세계 기업 중 사상 최초로 시총 4조달러(약 5550조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빅테크의 주가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비싸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2000년 IT 거품 붕괴와 같은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AI 기업의 주가는 평가가치 상승보다는 기업이익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 증시는 2026년 말까지 빅테크 주도로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S&P500 지수는 추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다시 상승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재개하면 거품이 형성되기에 필요한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며 "2026년 말까지 '거품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확률을 25%로 상향 조정한다. 이 확률조차도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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