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배달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고용이 줄고, 자영업 양극화 역시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간 경쟁과 승자독식으로 플랫폼의 혜택을 받은 자영업자와 그렇지 못한 업자 간 격차가 확대된 결과다. 다만 정부의 자영업 금융지원은 성장을 위해 잠재력이 큰 자영업자에게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를 위해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7일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년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온라인플랫폼 성장이 지역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 세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온라인 유통플랫폼 성장은 지역 간, 점포 소매 업체 간 양극화를 불러왔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지역내 온라인소비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소매업 고용은 비수도권에서 지역인구 1만명당 8.3명 줄었다"며 "자영업자 6.1명 감소, 자영업체 고용원 3.7명 감소 등 대부분 자영업자 부문에서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는 비수도권에서 점포 소매 자영업자 수 감소 폭이 더 큰 데다, 통신판매 등 무점포소매 자영업 성장이 대형 도매시장, 풀필먼트 센터 등 전·후방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업체 특성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났다. 온라인소비 비중이 1%포인트 상승 시 온라인판매를 도입한 업체가 많은 지역은 자영업자 감소 폭이 다른 지역보다 2.2명(약 30%) 작았다. 온라인소비 대체 정도가 높은 음식료품(4.2명), 의류(1.0명) 판매 자영업자 감소 폭이 컸으며, 다양한 상품을 갖춘 종합소매업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규모·소규모 소매업체 간 매출 증가율 격차 역시 수도권은 5.1%포인트, 비수도권에서는 이보다 높은 7.2%포인트 커졌다.
배달플랫폼 등장으로 음식업에서도 경쟁이 심화해 자영업 폐업이 늘고 양극화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팀장은 "온라인배달 비중이 10%포인트 상승 시 지역 인구 1만명당 음식업 자영업자 수 3.4명이 줄었다"며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소규모 음식점 간 매출 증가율 격차 역시 수도권은 3.2%포인트, 비수도권은 6.3%포인트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임금근로자를 포함한 전체 음식업 고용은 오히려 지역 인구 1만명당 14.1명 늘었다. 이 역시 양극화의 결과다. 정 팀장은 "배달플랫폼이 외식시장을 확대시키는 가운데 경쟁에서 살아남은 업체가 고용원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자영업 금융 지원은 창업초기, 청년층,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선별해 충분한 규모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 효과는 차입 제약이 큰 비수도권 업체 매출 개선이 0.9%포인트로 유의미하게 컸다. 그러나 매출 개선 효과는 창업 초기, 청년층, 소규모 업체에 집중됐다. 정 팀장은 "2000만원 미만 소액 지원은 매출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폐업 방지 효과도 미약했다"며 "특히 4년간 계속 지원을 받은 업체의 성과는 2년간 지원한 업체와 비교할 때 추가적인 개선이 없었다"고 짚었다. 반면 2000만원 이상 지원은 매출 증가(14.4%)와 폐업 감소(2.1%포인트)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쟁력 잃은 업체에 과도한 지원은 자원배분의 비효율로 다른 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팀장은 "금융지원을 받는 저생산성 자영업체(3년간 매출이 역성장하고 종사자당 매출이 동종 산업 하위 25%인 업체)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지역 내 다른 자영업체 매출이 1.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8~2023년 중 업력 4년 이상, 중대 규모, 40대 이상에서 수혜업체 비중이 상당폭 상승했고, 저생산성 업체가 지원받는 비중도 3.7%에서 7.2%로 올랐다. 전체 지원 중 2000만원 미만 소액 비중도 7.9%포인트 상승했다. 소액지원 현상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 팀장은 "온라인플랫폼 확산 과정에서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를 위해 안전망을 확충하되, 금융지원은 잠재력이 큰 자영업자의 자본 접근성을 높여 성장 기회를 보장하는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 안전망은 '사업'이 아닌 '사람' 보호를 목표로, 실업보험 등 제도의 실효성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 팀장은 "실업보험에 당연 가입하되 정부 지원 등으로 보험료 부담을 낮춘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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